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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도망다니기 지쳤나… 우병우 "청문회 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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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적 한 달여 만에… 국회에 통보 않고 일부 언론 통해 밝혀]

청문회 출석 피하려 했단 의혹에 '법률 미꾸라지' 비난 쏟아져

"잡으면 1000만원" 현상금도 걸려

'최순실 국정 농단' 묵인 혐의 등 박영수 특검팀 집중 수사 계획

지난 7일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가족과 함께 잠적했던 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5차 청문회는 22일로 연기됐다.

우 전 수석은 이 같은 입장을 국회에 정식 통보하거나 발표한 게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는 일부 언론 기자들에게 알리는 방식을 취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개 석상에서 (자신이 맡았던)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는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 지난 7일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며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청문회에 참석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민정수석을 그만둔 날부터 기자들이 집 주변에 온종일 대기하며 가족들에게 몰려들어 취재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 집을 나오게 됐으나, 고의로 도피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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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우 전 수석이 국회 청문회 출석을 피하기 위해 고의로 잠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달 27~29일 증인 출석요구서를 전달하기 위해 수차례 서울 압구정동의 우 전 수석 집을 찾았으나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법 등에 따르면 출석요구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못하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법률 전문가인 우 전 수석이 이 같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집을 비웠다는 것이다.

청문회 당일인 지난 7일엔 TV로 전국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국회가 우 전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고, 이를 집행하기 위해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이날 오전부터 늦은 밤까지 서울·경기·충청 등 350여㎞를 돌아다니며 우 전 수석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우 전 수석과 함께 청문회 증인 출석 요구를 받은 그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도 서울 강남 논현동 빌라에 없었다. 우 전 수석과 그의 일가(一家)가 모두 자취를 감춘 것이다.

법망을 피해 다니는 우 전 수석의 행태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했다. '법률 미꾸라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야권 정치인과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우병우 지명수배 전단'이 만들어졌고, 1000만원이 넘는 현상금이 걸렸다.

국회도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할 때까지 계속 부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은 아예 우 전 수석처럼 출석요구서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명 '우병우 소환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의 압박에 우 전 수석이 이날 언론을 통해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 10월 30일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우 전 수석은 지난달 6일 검찰에 나와 15시간가량 처가의 강남 땅 특혜 거래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배임, 의경 아들 특혜 의혹(직권남용) 등에 대한 조사를 받은 후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이 검찰 조사도 '황제 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이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후배 검사와 수사관을 상대로 팔짱을 낀 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본지 11월 7일 자 A1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 전 수석은 현재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을 비롯해 여러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우 전 수석과 처가 쪽의 의혹은 물론이고,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면서 최순실 일당의 비위 혐의를 눈감아줬다는 혐의(직무유기)를 받고 있다. 최순실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은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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