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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구멍 뚫린 AI 방역체계…농장간 수평 감염, 오리→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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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초기 잠잠하던 양계농장서 잇따라 발생…감염 오리농장 인접 지역

"양계농장 시설 좋아" 지자체 전화 예찰 그쳐…뒤늦게 통제초소 설치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중부권 가금류 산지인 충북지역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가 오리에서 닭으로 번지고 있다. 발생 초기 철새에 의해 전파되던 경로가 감염 농장에서 인근 농장으로 수평 확산되는 양상도 띠고 있다.

이미 17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음에도 철새 접촉 차단과 오리농장 감염 예방에만 초점을 맞췄던 충북의 AI 방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연합뉴스

확산하는 AI[연합뉴스 DB]



AI 발생 초기만 해도 충북에서 폐사한 가금류는 모두 오리였다. 지난달 중순 닭이 살처분된 적은 있지만 고병원성인 H5N6형 AI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자는 예방 차원에서였지 감염이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부터 닭 폐사가 이어지고 있다. 살처분이 이뤄진 오리 농장에서 인근의 양계농장으로까지 AI 바이러스가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충북도가 보상비 증액을 부담스러워해 살처분 최소화 방침을 유지하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바람에 AI 초동 진화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에서 닭이 처음 살처분된 것은 지난달 17일이다.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농가가 사육하는 육용 오리가 AI에 감염된 것이 확진되자, 반경 500m 이내 양계농가 2곳에 대한 살처분이 결정됐다.

이때 닭 21만7천799마리가 매몰 처리됐지만 주변 농장으로 AI가 확산하는 것을 막자는 예방적 차원에서다. 두 농가가 사육하던 닭의 시료를 정밀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

그 이후 AI로 인한 폐사는 오리에서만 나타났다. 지난달 26일까지 예방적 살처분이 이뤄진 2개 양계농장을 제외한 43개 농장의 오리 41만여 마리가 살처분됐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이후 AI 전파 양상이 바뀌었다. 종계 8만3천여 마리를 키우는 음성 맹동면 봉현리 농장에서 닭이 집단 폐사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방역 담당자들은 종계·산란계 농장의 축사 내 온도가 오리농장보다 높고, 시설도 우수하다는 이유로 AI가 본격적으로 번지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AI 바이러스는 이때를 기점으로 점차 급속히 닭 사육 농가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산란계 17만여 마리를 키우는 청주시 오송읍 산란계 농장에 이어 지난 4일 21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음성 삼성면의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들 농장은 인근 지역에 AI 확진 판정을 받은 육용 오리 농장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합뉴스

반복되는 살처분[연합뉴스 DB]



음성의 종계 농장은 도내에서 첫 AI 확진 판정을 받은 맹동면 용촌리 육용 오리 사육농가에서 1.4㎞ 떨어져 있고 청주 오송 산란계 농장은 3㎞ 방역대 경계선을 살짝 넘어선 곳에 있다. 지난 4일 의심 신고를 한 산란계 농장 역시 지난달 25일 AI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면 종오리 농장에서 불과 800m 떨어진 곳에 있다.

이미 AI가 발생한 오리농장에서 수평적인 감염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충북도의 AI 방역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 관계자는 "양계농장은 오리 농장과 달리 시설이 우수하고 농장주들의 방역 의식도 높다"며 "양계농장을 오가는 길목에 초소를 모두 설치할 수 없어 전화 예찰 위주로 상황을 확인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AI 바이러스가 오리에서 닭으로 빠르게 번지자 충북도는 산란계 농장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38개의 이동 통제초소를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도내 방역 초소는 거점소독소 23곳, 통제초소 54곳 등 77곳으로 늘어나게 됐다. 방역 담당 직원들이 초소마다 나가 산란계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의 소독 여부, 무등록 차량의 달걀 운반 여부, 위성항법시스템(GPS) 장착 여부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산란계나 종계의 경우 농가별 사육 마릿수가 꽤 많고 값도 비싸 살처분 확대를 신속히 결정하지 못한다"며 "이들 농장의 방역 상황을 일일이 지켜보지 못하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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