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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전세계를 뒤덮는 포퓰리즘, 이탈리아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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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국민투표 부결 주도, 오스트리아 대선에선 제동 걸려

CBS노컷뉴스 정병일 기자

노컷뉴스

이탈리아 '마테오 렌치' 총리(왼쪽)와 오스트리아 '판 데어 벨렌' 대통령 당선자(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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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이어 유럽에서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확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지목됐던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결국 포퓰리즘의 승리가 이뤄졌다.

이탈리아에서 현지 시간 4일 실시된 정치개혁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사실상 부결로 나타나자 마테오 렌치 총리가 패배를 시인하고 총리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탈리아의 이번 국민투표는 상원의원 수를 대폭 줄이고 권한을 축소하는데 중점을 둔 정치개혁법안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 운동'과 극우 정당들이 합세해 이번 선거를 기성 정치를 심판하는 성격으로 몰아가면서 기성 정치 대 포퓰리즘의 대결구도가 초래됐다.

오성 운동 등 야당은 특히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를 규합해 이탈리아 국정을 책임져온 마테오 렌치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로 이번 국민 투표를 규정했다.

렌치 총리는 2014년 집권한 직후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최근들어서는 높은 실업률과 이민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국민들로부터 받아왔다.

총리가 물러나면 이탈리아는 내년에 총선거를 치르게 되고 이 선거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 운동(Five Star Movement, M5S)'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테오 렌치 총리가 실제 사임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탈리아는 예정된 정치 일정을 밟게 됐고 앞으로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유럽의 정치 경제 질서를 벗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 M5S)'은 7년 전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만든 정당으로 올해 6월의 지방 선거에서 수도 로마와 제4도시인 토리노에서 두 명의 여성 시장을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는 등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정당은 기성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실질적 개혁보다는 반이민, 반유럽적 정서를 따라 포퓰리즘적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도 의제는 비효율적인 상하 양원체제를 개혁해 법안 처리나 개혁 조치들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었지만 기존 정치를 비판해온 오성운동측이 오히려 기존체제를 그대로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성운동을 비롯한 야당의 목표가 총리를 사임시키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탈리아에서도 영국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세계화에 따른 경제 양극화로 살기가 어려워진 유럽의 중산층과 빈곤층, 청년층이 반 이민, 반세계화에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이에 편승하거나 부추기는 포퓰리즘 정당들이 이번 국민투표 이후 중심 세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오스트리아에서는 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선 역시 포퓰리즘 극우 정당인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중도좌파인 무소속의 판 데어 벨렌 후보에게 패배했다.

유럽의 좌파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긴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망했다. 노르베르트 후보의 대통령 선거 결선 진출 자체도 놀랍지만 그가 속한 극우정당인 자유당이 최근 유권자 3분의 1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등 민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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