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전월세 전환율 하락?…세입자에겐‘말잔치’일뿐…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환율 하락땐 월세부담 줄지만

신규 계약은 해당 안되고

기존 전세→월세 전환만 적용

집주인 선의 의존여전 ‘유명무실’



전월세 전환율이 매달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전셋집을 월세(반전세) 형태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숫자다. 전월세전환율이 떨어지면 월세 부담도 적어진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개념적 설명에 그친다. 실제로 1인가구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55%로, 전달보다 0.02% 줄어들었다. 올 1월에 4.88%를 기록한 이후 매달 이 수치는 떨어지고 있다. 서울을 둘로 나눠 보면, 강남(4.51%)의 전월세전환율이 강북(4.58%)보다 더 낮다.

헤럴드경제

전국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매달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1일가구 세입자 등 임차인들의 월세 부담은 여전하다. 사진은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 모습.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환율이 지속적으로 내려가는 건 낮게 유지되고 있는 은행 금리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저금리 탓에 전세금을 올리는 대신 조금이라도 월세를 받으 려는 집주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애초에 월세 중심인 오피스텔의 전월세전환율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의 전월세전환율은 6.97%, 경기도는 7.05%로 KB국민은행이 이 통계를 작성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서울과 경기도 오피스텔 전월세 전환율은 10%대에 머물렀다.

이 수치가 내려가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으로 판단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엔 전월세 전환율 상한선도 규정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엔 전환율 상한선이 기존 5%에서 4.75%로 낮아졌다. 상한선을 계산하는 방식이 ‘한국은행 기준금리X4’에서 ‘기준금리+3.5%포인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과도한 월세 부담을 안기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만약 상한선을 웃도는 비율을 적용해 월세를 받는다면, 임차인은 ‘초과차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헤럴드경제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이야기다. 전월세 전환율이 내려가도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부담의 수준은 미미하다. 또 상한선 규정은 신규계약이나 재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체결된 전세계약 중에 집주인이 월세를 요구할 때만 적용되는 것. 이 때문에 전월세 전환율은 소위 ‘교과서 속 개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직장인 김모(28) 씨는 지난달 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10㎡ 남짓한 크기의 원룸 오피스텔을 얻었다.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계약했다. 이전까지 살던 세입자까진 전세 6000만원짜리였다. 이 경우 전월세전환율은 6%로 법적 상한선을 웃돈다. 더구나 월세에 포함되지 않는 관리비(가스비ㆍ인터넷 비용)까지 포함하면 월세부담은 더 늘어난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이 월세로 바뀔 때에는 주변 다른 원룸에서 먼저 거래됐던 선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게 보통이지 전월세전환율을 따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집주인이 매달 조금씩 떨어지는 전월세 전환율을 상한선으로 지킨다고 하더라도 실제 세입자들이 체감하는 하락분은 매달 적게는 수백원에서 많아봐야 기껏 수천원 수준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전월세 전환율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된 개정안도 범용성 측면에선 취약점이 있는 게 사실이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전환율 취지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용되는 폭을 넓히거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임대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