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이탈리아 개헌 실패]포퓰리즘이 또 이겼다…국민투표 '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국민투표 부결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중인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이탈리아 국민들이 4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 개혁을 위한 개헌을 부결시켰다. 총리직을 걸고 국민투표를 진행한 마테오 렌치 총리는 굴욕적인 패배를 맞게 됐으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또 다시 포퓰리즘이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가 진행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개헌 반대표가 54~58%로 찬성표(42~46%)를 압도, 부결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내무부의 실시간 투표결과 페이지에서는 60%대 40%로 반대표가 우세하다.

렌치 총리는 개헌을 통해 상원의원의 수를 줄이고 하원의 찬성만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함으로써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고 총리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추진했다. 상원과 하원이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는 구태를 타파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렌치 총리의 개혁안은 상원ㆍ하원을 모두 통과했음에도 국민투표에 막혀 좌절됐다.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그는 이번 부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 렌치 총리는 부결 사실이 확실시되자 방송에 출연해 "이번 결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총리직 사임을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으며, 후회는 없다"며 "내 정부는 여기에서 끝"이라며 패배를 받아들였다.

이번 결과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포퓰리즘 기조에 영향을 받았다. 포퓰리즘을 내세운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은 이번 개헌이 힘의 집중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 운동에 집중해 왔다. 렌치 총리가 물러난 후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오성운동이 집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탈리아가 젊은이들의 정치권에 대한 환멸로 인해 포퓰리즘에 물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CBC 뉴스 역시 "기득권에 대한 반감과 포퓰리즘적 분위기가 이번 결과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경제

▲4일 국민투표를 마치고 나온 오성운동 당수 베페 그릴로.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렌치 총리가 2014년 집권한 이후 경제성장률 정체와 이민자에 대한 반감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현상에 이어 유럽이 이탈리아 국민투표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번 투표가 이탈리아의 독재정치를 철폐하고 공화당을 세운 1946년 투표와 맞먹는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와 유로존의 경제적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14개 이탈리아 대형은행의 부채규모는 2860억유로(약 350조원)에 달한다. 매뉴라이프의 메간 그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선거는 유럽에서 은행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표했다. 부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로화 가치는 1% 이상 하락 중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