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경제칼럼] 산업자본? 금융자본? 트럼프는 둘 다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Trump)는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월스트리트(Wall Street)’로 상징되는 금융자본과 거리가 있다고 간주됐고, 이것이 선거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에 비해 힐러리 클린턴은 월스트리트와 지나치게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것이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는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제조업 육성을 강조했기에, 금융보다는 일반 산업을 강조하는 ‘산업자본’ 성격을 지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 쉽다.

월스트리트 중심의 미국 금융은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의 선도적인 위치에 미국이 자리 잡게 만드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미국인은 금융이 경제를 주도하는 체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게 됐다. 금융위기 이전 금융계 종사자들이 성공에 따른 경제적인 성과는 자신들의 보수로 사유화했던 반면,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이 어려움에 빠지자 위험에 따른 손실은 결국 세금으로 조달된 정부의 공적지원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대형 금융기관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전체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공적인 지원을 제공해 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전적으로 충분한 규제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 지원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을 보면, 미국 경제가 호황이었음에도 산업구조가 금융 또는 서비스업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고 있었다. 이런 제조업 약화는 중산층 몰락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곤 했다.

이런 상황이었던 만큼, 월스트리트와 지나치게 연결돼 있다는 비판 때문에 클린턴은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같은 이유로 트럼프는 산업자본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클린턴은 금융자본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단순히 간주되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을 강조함으로써 산업자본주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클린턴보다 훨씬 강한 정도로, 트럼프는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대조해서 볼 때, 트럼프가 금융자본에 비판적이고 산업자본에 우호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트럼프는 금융위기 이후 금융개혁을 상징하며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를 담고 있어 금융계의 불만을 샀던 도드-프랭크(Dodd-Frank)법을 폐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트럼프는 대형 금융기관에 문제가 있어도 이들을 쪼갤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반적인 월스트리트 규제에 반대한다. 금융위기 수습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구제금융 역시 필요하다면 계속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반면 공약만 보면, 오히려 클린턴이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감독의 집행 강도를 높이며 보다 엄격히 금융기관에 책임성을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실제 산업자본 또는 금융자본의 어느 한 성격을 강조한다기보다 미국 경기의 회복을 위해서는 어떤 정책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더구나 제조업 부흥과 관련해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미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라면 자본 성격은 중요하지 않으며 ‘아메리카 퍼스트’에 입각해 미국의 이익일지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결국 금융이든 산업이든 다른 나라 사정을 함께 고려하며 정책을 추진할 생각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의 외적인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우리는 어떻게 내적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정말 어려운 시기로 들어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85호 (2016.11.30~12.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