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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伊국민투표 압도적 표차로 부결…렌치 사퇴 표명(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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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치 "내 정부 경험은 여기가 끝"

이탈리아 '포퓰리즘 시대' 예고

뉴스1

마테오 렌치 총리가 개헌안 찬성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사실상 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헌안 통과에 총리직을 걸었던 그는 이번 국민투표 부결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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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 = 4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개헌안이 부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국민투표는 정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상원 권한을 축소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탈리아 내무부는 이날 오후 11시 투표가 종료되자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투표 개헌안이 찬성 39.68%, 반대 60.32%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Rai와 LA7 방송의 출구조사에서도 개헌안 반대 56.7% 찬성 43.3% 득표율이 예상됐다. 이날 투표율은 68%로 집계됐다.

렌치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개헌)반대가 아주 명백히 이겼다"면서 "실패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 대한 내 경험은 여기가 끝"이라면서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총리직에서 물러난다고 여러차례 밝힌 자신의 약속을 지킨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렌치 총리의 퇴진과 맞물려 이탈리아에선 권력교체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 대표들과 협의해 기술관료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치르기 위해선 선거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 앞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여러차례 부결 조짐이 보였다. 렌치 총리는 자신에 유리한 이탈리아 북부의 투표 참여도가 남부에 비해 많을 것으로 예상하며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었다.

남부는 개헌안 반대 여론이 많지만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그들의 투표율이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투표가 막상 시작하자 북부와 남부 양쪽 모두에서 투표율이 치솟으면서 부결이 탄력을 받게 됐다.

국민투표 반대파는 앞서 개헌안이 중앙 정부에 권한을 과도하게 집중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견제와 균형원리가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또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반(反)기성주의 성향 야당 오성운동(M5S)은 렌치 정부의 정치적 심판 기회로 국민투표를 홍보해 반대 운동을 적극 진행했다. 실제 여론도 경제 성장 둔화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들끓는 상태에서 국민투표를 렌치 정부를 축출하는 심판 성격으로 연결 짓는 성향이 강했다.

이번 개헌안 부결은 포퓰리즘 성향, 반(反) 이민을 내세운 오성운동의 승리라는 점에서 이탈리아에서도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에 이은 반기성 체제, 포퓰리즘 도래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부결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이탈리아 야당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은 동맹은 아니지만 반기성 정서를 공유하고 있으며, 국내 문제에 대한 국내 해법을 선호한다. 즉, 렌치 총리 패배 뒤 양당이 뭉쳐 새 정부를 구성하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놓고 새로운 국민투표를 부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확실시된 결과에 즉각 환호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선에서는 녹색당 출신 무소속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후보가 승리하면서 유럽 최초 극우 대통령 당선 사태를 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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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개헌안 반대 운동을 벌이는 시민들과 만일의 충돌을 막기위해 배치된 경찰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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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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