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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집값 오를 이유들이 사라졌다…내년 이후 하향안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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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서울연구원장 "강남 부동산 시장의 프리미엄은 인정해야 할 때"]

머니투데이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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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주택가격은 횡보합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급과잉, 자영업자 부채, 금리인상 우려에 조기 대선 변수까지 겹쳐 집값이 오를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내년 이후 하향안정화가 되면 실수요자는 그때쯤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시의 정책을 연구·개발하는 산하기관인 서울연구원의 김수현 원장은 내년 부동산시장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관, 대학교수 등을 지내며 줄곧 부동산정책과 시장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올해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집값은 어느 순간 서서히 회복돼 전고점에 다다랐다.

특히 강남 아파트 값이 미친 듯이 뛰어올랐다. 개포, 반포 등 재건축단지들은 한 달 새 2억~3억원이 오르기도 했다. 강북이나 수도권 신도시는 물론이고 부산 등 일부 지방에서도 집값 상승세는 이어졌다.

김 원장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요인들이 사라졌다고 분석하면서도 서울 강남에 대해서는 "일종의 프리미엄 시장이 형성됐다"며 "이제는 그 시장을 억누르기보다 인정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제는 강남지역을 '별개 시장'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부동산 과열과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한 정부가 강남 등 일부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한 '11·3 대책'을 내놓으면서 열기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 내집 마련을 꿈꿨던 수요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집을 사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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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기본적으로 집값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에는 3가지 악재가 있다. 지방의 아파트 공급과잉, 자영업자 대출, 해운조선 구조조정 문제다. 가계부채는 그 속성이 집을 사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걱정없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들의 생계를 위해 쓰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를 줄이기 힘든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이 3가지 문제들을 악화시킬 변수가 많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됐고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도 약해졌다. 이런 악재와 변수들을 고려하면 내년 부동산은 약보합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급격히 오르던 집값이 최근 정부정책으로 잠시 주춤한데, 지금 집을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어느 시기나 최고 이슈고 관심사다. 집이 곧 전 재산이기 때문이다. 전체 가계자산 중에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70% 정도인데 전세계에서 최고 수준이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는 집이 중산층으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복지시스템이 취약한 상황에서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집을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민들에게 집은 곧 나의 미래이자 가족의 미래였다. 이런 인식은 다른 나라도 비슷했다. 1990년대부터 전세계적으로 자산이 복지를 대체할 수 있다는 담론이 퍼져나갔다. 소위 '자산기반 복지시스템'이다. 집값이 오르내리는데 민감하고 집을 언제 사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집이 '사는 곳'이 아니라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책임질 담보물이어서다.

하지만 이런 담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깨졌다. 집이 곧 복지라는 생각으로 빚을 내서 집을 샀지만 복지가 아닌 재앙이 됐다. 복지시스템이 빈약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이 문제에 더 취약했다. 지금도 보면 한국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가주택 소유율은 70%를 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인빈곤율은 49%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올해는 저금리, 재건축 등 영향으로 강남 아파트 값이 크게 올랐다. 강남 부동산 전망은?

▶정부가 강남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최근 연이어 대책을 내놨는데 정책으로 집값을 잡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집값은 기본적으로 시장 상황이 좌우한다. 강남은 오를 만하니 오른 거다. 2010년부터 약세가 이어졌고 재건축사업이 더디면서 공급도 부족했다. 전고점이었던 2007년과 비교하면서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그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그동안 물가상승률이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고려하면 아직도 가격은 고점보다 20% 정도 밑이라고 본다. 긴 조정의 끝에 약간 반등한 수준이다.

이제는 (명품 시장과 같은) 강남 프리미엄 시장이 생겼다고 본다. 기존에는 재건축으로 집값이 오르려면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건축물 지상층 연면적 비율) 프리미엄이 있어야 했다. 저층을 고층으로 올리면서 사업성이 좋아지고 집값이 오르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용적률 프리미엄을 얻을 정도의 저층 건물은 거의 없는데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이는 용적률이 아닌 또 다른 프리미엄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들만의 수요와 공급이 존재하는)강남 프리미엄 시장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은 정부정책으로 인위적인 조정을 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힘들다. 강남 집값을 잡기보다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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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이라 함은.


▶주택정책의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통계를 보면 서울시민 중 60%가 임대주택에 살고 이 가운데 약 10%는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한다. 소득 하위계층을 위한 집은 있는데 문제는 그 위 계층이다. 이들은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주택정책의 핵심은 중산층까지 못 간, 그러나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보다 나은 주택을 조금 더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영어로 하면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 정책이다. 과거의 부동산정책이 자가소유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적정 수준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관건이다. 공공이 다 할 순 없고 시장(market)이 어포더블 하우스를 공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있나.

▶서울시는 역세권의 개발 규제를 풀어 청년들을 위한 준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이것이 고가 월세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식 개발이라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공공의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민간의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이것 말고는 없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전 뉴타운·재개발과 같은 전면 철거식 대량 개발은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보다 나은 주택에 대한 욕구는 있는데 재개발이 안 되니까 그나마 대중교통이 잘 돼 있는 역세권부터 규제를 풀어서 하나씩 더 나은 주택을 늘려 나가자는 것이다. 고가 월세 논란은 서울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으니 이 권한을 활용해 사업자가 시세의 80% 수준으로 임대료를 정하도록 유도하면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에서는 뉴타운·재개발 사업에 잡음이 많다. 사업이 안 되는 곳은 서울시장이 직권해제하도록 했는데 조합에서는 반발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대규모 민간 개발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마켓이 밀어주니 잘 될 수밖에 없었다. 공급자(조합), 수요자, 건설사 모두 행복했다. 여기저기서 뉴타운으로 지정해달라고 난리였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마켓이 한 번 주저앉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정비구역들을 살펴보니까 제대로 사업이 되는 곳이 10%도 안됐다. 사업이 안 되면 해제해야 하는데 조합이 자발적으로 못한다. 외부에서 온 투자자들 때문이다. 그래서 직권해제가 나온거다. 박 시장이 반시장주의자여서 그런게 아니다.

-뉴타운·재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도시재생이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의 가장 큰 고민이 '정비사업이 안 되는 곳의 주거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이다. 서울형 도시재생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 13곳이 도시재생 선도모델로 사업이 추진 중인데 전면철거식 재개발처럼 눈에 확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벽화만 그려서 될 것은 아니고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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