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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최순실 모른다더니… 김기춘, 대책 준비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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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지에 남긴 5가지 의혹

최씨 소개ㆍ저도 동행ㆍ차움 치료

강남 최 빌딩 입주ㆍ공무원 교체…

‘국정농단’ 내용들 자필로 정리

검찰 수사ㆍ국정 조사 대비 추정
한국일보

그림 1 [저작권 한국일보]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집 앞 쓰레기더미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 김 전 실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스스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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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5가지 쟁점을 자필로 정리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발견됐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와 일면식도 없다”고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제기된 의혹들을 파악하고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을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한국일보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 전 실장 집 앞 쓰레기더미에서 발견한 메모지에는 5가지 쟁점 의혹들이 적혀있다. 가장 먼저 ‘…에게 최순실 소개?’는 김종(55ㆍ구속)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최씨를 소개한 사람이 김 전 실장이라는 의혹을 가리키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각종 이권사업 개입과 부당한 인사청탁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 전 차관은 “2013년 김 전 실장이 만나보라고 해서 약속 자리에 나갔더니 최순실씨가 있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최순실 게이트는 자신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해온 김 전 실장의 해명이 전반적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결정적인 의혹이다.

‘…여름 저도 同行(동행)?’이란 문구도 적혀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7월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때 최씨와 김 전 실장이 동행했다는 의혹으로 여겨진다. 지난 10월 jtbc를 통해 공개된 최씨의 태블릿PC에는 박 대통령의 휴가 사진 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8장이 들어 있어 최씨가 동행해 직접 촬영한 게 아니냐는 설이 제기됐다. 이후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가 언론을 통해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최씨, 김 전 실장이 비서실장 교체 논의를 했다”고 주장해 김 전 실장 동행설도 불거졌다.

‘강남 최 빌딩 입주?’는 김 전 실장이 박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13년 1월부터 비서실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같은 해 8월까지 최씨가 소유하고 있는 강남구 신사동의 M빌딩에서 집권 대책 등을 논의했다는 의혹을 메모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씨와 친분이 있었다는 또 다른 의혹이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단골 차움의원에서 세포치료를 받고 치료비 할인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가리키는 ‘차움 치료?’도 있다. 차움의원이 속한 차병원그룹은 박근혜 정부에서 줄기세포연구 허용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차움의원측은 “김 전 실장이 지난해 3월부터 6개월간 일본 차병원에서 면역력 강화를 위한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치료비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적힌 ‘문체부 공무원 교채(교체)?’는 2013년 최씨 딸 정유라(20)씨가 출전한 승마대회 판정시비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를 감사했다가 좌천된 문체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 인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의혹들을 망라한 이 메모를 보면 김 전 실장이 “최씨를 전혀 모른다”고 하면서도 내심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7일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에 증인 출석이 예정돼 있고, 검찰 소환도 임박한 상황이다. 스스로 쟁점들을 정리하면서 방어논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본보는 메모 내용의 정확한 취지를 듣기 위해 수 차례 김 전 실장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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