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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중립 인사’라던 김병준, 박근혜 싱크탱크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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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함승희가 만든 ‘포럼 오래’에서 정책연구원장 맡아

포럼 회원들 중 상당수, 현정부 고위직 또는 국회 진출

김 지명자 “정치색 물타기 동원 알지만 소신 안 달라져”

경향신문

김병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난 3일 총리직 수락 배경 등을 밝히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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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총리 지명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포럼 오늘과 내일’(포럼 오래)의 정책연구원장을 맡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포럼 오래는 2007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설득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박근혜 캠프에 합류한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이 만든 연구단체다. 박 대통령이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 인물로 내세웠던 김 지명자가 사실은 박 대통령 싱크탱크의 운영자였던 셈이다.

박 대통령은 2008년 5월 포럼이 만들어진 후 주요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할 정도로 각별한 애정을 표시한 바 있다. 회원은 300여명으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 새누리당 이완영·박덕흠·김석기 의원등 현 정권 주요 포스트에 두루 포진해 있다. 이 때문에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 지명자가 포럼 오래의 정책연구원장을 맡은 사실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홍권희 총리 공보실장도 “나도 전혀 몰랐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김 지명자는 어떻게 포럼 오래의 정책연구원장이 됐을까.

김 지명자는 “내가 정책연구원장이 됐을 때 함 회장도 대통령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섰고 포럼은 박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조직으로 여야를 초월한 정책포럼으로 운영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지명자 해명은 실제와 차이가 있다.

함 회장은 김 지명자가 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수개월 뒤인 2014년 11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강원랜드 사장이 됐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게 밀려났을지는 모르지만 여전히 두터운 대통령 신임이 확인된 셈이다.

김 지명자 스스로도 “함 회장이 포럼의 정치색을 물타기해서 정권과 관계없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나를 끌어들인 것 같다”고 했다. 물타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포럼의 정책연구원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김 지명자는 “내 입장은 박 대통령이 됐든 누가 됐든 국가에 큰 불이익이 안된다면 불에라도 쫓아 들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몸이 어디에 있건 소신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김 지명자 해명을 믿기에는 석연찮은 면이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을 놓고 박 대통령과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가 대립할 때 “유승민은 억울하겠지만 물러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말에는 새누리당 4·13 총선 후보(여수갑)의 자서전에 추천사를 쓰고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김 지명자는 ‘사실상 선거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마땅한 반박을 하지 못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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