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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라진 7시간 3가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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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청와대 구매 의약품 764건과 전문가 의견으로 살펴본 2014년 4월16일

‘대통령의 7시간’과 ①프로포폴 투약설 ②프티성형 시술설 ③비타민 주사설


한겨레21

우유색을 띠어 일명 ’우유주사’라고도 하는 프로포폴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염격히 관리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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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22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청와대 의약품 구입 현황’을 공개했다. 뜻밖의 의약품들이 다수 등장했다. 특히 다량의 비아그라와 그 복제약을 구입한 것이 논란이다. 청와대는 ‘고산병 예방을 위해 비아그라를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따로 고산병 관련 약품을 구매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민들은 조롱과 냉소를 보내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야말로 극한직업”이란 조소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한겨레21>은 2014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청와대가 구입한 764건의 의약품 가운데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연관성을 추론해봤다. 청와대 내에서 ‘시술’이 있었을 가능성을 전제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통증·안티에이징·항노화 전문의들의 의견을 두루 수렴한 결과, 구입 약품과 7시간을 연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세 가지로 요약됐다.

① 마취제로 정신 잃었을까

이른바 프로포폴(propofol) 투약설이다. 프로포폴은 ‘페놀계 화합물로 흔히 수면마취제라고 불리는 정맥마취제’다. 수면내시경을 할 때 쓰이고, 전신마취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사용된다. 국내에선 2011년부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정당한 의학적 목적이 아닌 이유로는 사용을 금지했다. 대중적으론 2013년 몇몇 연예인이 불법 시술로 형사처벌을 받으며 널리 알려졌다.

프로포폴과 대통령을 연결하는 의혹은 대통령에게서 비롯했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보고 있었는데, 오후 5시가 넘어 처음 등장한 대통령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라고 물었다.

세상과 유리돼 정신을 잃었던 게 아니라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 시간까지 30여 차례 서면보고를 올리며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는 청와대 비서진의 항변을 무력하게 하는 결정적 장면이다. 장삼이사들이 보기에 대통령의 말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였다.

프로포폴의 ‘효능’에 대해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완전 깊은 잠을 잔 듯하며 온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다는 환자는 흔하다. 기분이 확 풀리는 정도가 아니라 갑자기 눈앞에 밝은 빛이 보여, 그 빛의 점 속으로 빨려 들어가 떠돌다가 확 깬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환각 상태를 체험하는 이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프로포폴을 이어붙이는 데는 무리가 있다. 프로포폴을 맞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2시간 안팎이다. 호흡 억제 부작용이 있어 시간이 길어지면 위험하다. 또한 시술 이후 ‘비몽사몽’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프로포폴은 ‘훅 잠들고 확 깬다’는 표현이 적절한 약물이다. 따라서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5시간을 프로포폴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다만 ‘프로포폴 주사설’의 불씨는 살아 있다. 최순실씨가 2013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6차례나 다녔던 것으로 확인된 김영재 성형외과 의원에서 2014년 4월16일 프로포폴 20mℓ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재씨는 애초 4월16일 휴진했다고 했다가 프로포폴 사용 기록이 나오자 “장모님의 항노화 치료를 아침에 잠깐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 프로포폴이 누구에게 사용됐는지 규명돼야 한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도 60회치 구매



‘제2의 프로포폴’ 약품 정체도 아리송



청와대의 의약품 구매 현황을 보면, 2014년 11월과 2015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 10mℓ를 30개 구입한 기록이 있다.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데, 효과는 동일하면서 안전성은 조금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럼에도 프로포폴과 달리 아직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시술이 제한된 프로포폴을 대체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응급 상황에서 기관 삽관할 때 근육 긴장을 푸는 일종의 근육진정제”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구매한 양이 너무 많다. 1회 처방에서 보통 5mℓ를 쓴다. 청와대가 구입한 양은 60회 처방이 가능한 용량이다. 2014년 이후 청와대에서 ‘응급한 기관 삽관 상황’이 몇 회나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② 보톡스·필러 ‘프티성형’ 시술했을까

프로포폴 다음으로 많이 등장하는 의혹은 보톡스·필러 같은 ‘프티(Petti)성형’설이다.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유영하 변호사 같은 이들이 “대통령의 사생활” “여자 대통령에 대한 결례”란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설명이 프티성형을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만 공식적으로 청와대는 “청와대 의무실은 피부미용, 성형시술을 할 수도 없고 능력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의사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프티성형을 시술해온 전문의는 “시설은 전혀 변수가 될 수 없다. 시설보다는 시술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티성형은 프로포폴과 달리 그 시술이 불법은 아니다. 모든 병원이 ‘간단하다’고 선전하는 흔한 시술이다.

프티성형을 시술하는 또 다른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보면, 메조 보톡스를 지속적으로 맞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에 국소마취제가 있는 것은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영재씨는 애초 4월16일 휴진했다고 했다가 프로포폴 사용 기록이 나오자 “장모님의 항노화 치료를 아침에 잠깐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실제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에 ‘엠라5%크림’이 있다. ‘엠라5%크림’은 메조 보톡스 시행에서 통증을 줄이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국소마취제인데, 프티성형 전에 통증을 막기 위해 얼굴 전면에 바르는 제품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를 “주사 맞을 때 덜 아프게 하기 위해 바르는 것”이라며 솜에 묻혀 바르는 알코올과 비슷한 것인 양 설명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제재다. 또 다른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 역시 프티성형제로 활용될 수 있다.

대통령을 진료했던 ‘비선 자문의’ 김상만 교수 역시 대통령의 프티성형설을 말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 오른쪽 입 옆에) 분명 멍자국이 있는 것 같았다. 보톡스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문의가 아닌 복수의 ‘비선 외부 의사’가 필요했던 까닭도 여기서 찾는 이들이 있다. 한 안티에이징 전문의는 “대통령이 이전부터 시술을 받아왔다면 당연히 그 의사에게 안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프티성형을 했다는 의혹이 ‘세월호 7시간’과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주사 한 방으로 시술하는 필러는 채 5분이 안 걸린다. 1cm 간격으로 놓는 메조 보톡스도 숙련된 의사가 시행할 경우 15~30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프로포폴과 프티성형을 복합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일반인 같으면 프티성형과 프로포폴은 전혀 상관없다. 하지만 대통령 같은 VVIP라면 다를 수 있다. 대통령이 주사 통증에 민감하다면 마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시술에 2~3시간, 부기를 빼는 데 1~2시간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3~5시간의 공백이 설명될 수 있다. 이 경우 외부에서 대통령이 익숙해하는 의사가 청와대에 들어갔어야 하고 정맥주사인 프로포폴을 주사할 ‘어시스트’로 간호장교가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 출입의 흔적을 규명해야 한다.

③ 비타민 주사를 맞았을까

한겨레21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에 자꾸 프로포폴 관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은 그 자체로 참담하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비아그라 다량 구매가 “고산병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청와대 대변인이야말로 극한직업”이란 반응을 보인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의약품 구매 목록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속칭 ‘비타민 주사’라고 하는 ‘뷰티(Beauty) 주사제’들이다. 히시파겐시주, 푸르설타민주, 루치온주, 타미풀주 등 10여 종에 달한다. 임기 내내 꾸준히 그리고 다양하게 구매해왔는데 그 원액 구매액만 2천만원이 넘는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피로 회복’을 위해 구매했다고 설명하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다. 직장에서 한가하게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만약 그렇다면 청와대 전체가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주사에 의존하는 집단이란 셈인데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초대 주치의를 지낸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은 “대통령이 취임 직후 영양주사제를 먼저 놔달라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비타민 주사’에 중독되어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가운데 라이넥주는 ‘태반주사’라고 불린다. 처음 허가받았을 때는 간기능 개선제였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성 폐경기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널리 설명됐다. 루치온주는 ‘백옥주사’로 불리며 일명 ‘비욘세 주사’라고 홍보된다. 피부 미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졌다. 그 외 히시파겐시주와 푸르설타민주는 ‘감초주사’ ‘마늘주사’라고 불린다. 흔히 다른 약품들과 섞어서 주사한다.

‘비타민 주사’는 짧게는 30초밖에 안 걸리는 것도 있고, 수액과 섞어 맞으면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것도 있다. 수액과 섞어 맞는 비타민 주사를 ‘칵테일 주사’라고 부른다.

2000년대 중·후반 서울 강남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비타민 주사요법은 건강보험 체계 바깥에 있는 ‘항노화 클리닉’의 전국적 확대를 이끈 성장동력이었다. 지금까지도 ‘의료 한류’의 한 축이다. 여기에는 약품의 미묘한 혼합 노하우를 익힌 몇몇 의사들의 유명세가 뒤따른다.

차움의원과 녹십자 아이메드 소속 의사들과 대통령의 연결 고리가 여기서 다시 등장한다. 대통령이 주치의가 거부한 ‘비타민 주사’를 특정한 의사에게 비공식적으로 맞았다면, 이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들이 있는 차움의원 등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역시 ‘세월호 7시간’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비타민 주사는 정신을 잃게 하지 않는다. 다른 활동 역시 가능하다.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그 주사에 집착했고, 비밀리에 맞았을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시간의 미스터리가 주사제로 온전히 설명되진 않는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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