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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무너지는 당·정·청]“대통령에 직언하고 있다”던 최재경, 임명 닷새 만에 ‘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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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검찰 발표 비난…변호인도 민심만 더 자극

해결책 고민·노력 허사…‘말발’ 안 통해 무력감 느낀 듯

경향신문

지난 22일 사의를 표명한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앞서 1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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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54)이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은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최 수석이 서둘러 ‘명패’를 던진 것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검찰의 공세와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청와대의 고자세 사이에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검찰, 촛불민심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으려던 ‘영원한 검찰맨’의 중재 시도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최 수석은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신임 수석으로 내정한 날부터 동분서주했다. 우선 친정인 검찰을 상대로 수사 분위기를 살폈다. 박 대통령에게 뿔이 난 언론을 만나 달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의혹 보도에 민형사 소송으로 맞섰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49)과는 다른 행보였다. 매주 토요일에는 촛불집회가 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도 나가 ‘민심’을 확인했다. 최 수석은 여론은 물론 검찰에서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박 대통령을 압박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자 이 사태를 해결할 최선의 묘책을 고민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최 수석의 ‘말발’은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자신을 최순실씨의 공범으로 규정한 검찰을 비난했다. 친박계 유영하 변호사가 전면에 나서 박 대통령을 옹호했지만 오히려 민심에 불을 지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최 수석은 21일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해달라”는 사회 후배의 문자메시지에 “그렇게 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날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57)이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날이기도 했다.

과거에도 최 수석은 ‘윗선’ 지시에 항명한 전력이 있다. 2012년 말 김광준 서울고검 검사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로부터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여기에 수습검사 성추문 사건까지 터졌다.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은 수습책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카드를 꺼냈다. 당시 중수부장이던 최 수석은 강하게 반발했다. 한 총장은 최 수석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한 총장이 옷을 벗게 됐다.

최 수석이 ‘통제’는커녕 ‘협조’조차 안되는 현재의 검찰을 상대하면서 무력감에 빠졌다는 분석도 있다. 겉으로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수사팀에 연락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속내는 달랐을 것이다. 최 수석은 지난 20일 수사결과 발표 당일까지 최씨에게 적용된 혐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박 대통령 측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한 입장문에는 최씨의 공소장에 기재도 되지 않은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에 대한 반박이 담기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법률 참모’인 최 수석으로서는 얼굴이 빨개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 수석이 검찰 수사결과에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이 최 수석이 ‘안방마님’으로 온 민정수석실을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을 벼른다는 소식이 들렸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민정수석실에서 직원들에게 ‘전원 대기’ 지시를 내렸다”면서 “추가 압수수색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전임자인 우 전 수석의 최순실 게이트 묵인 의혹에 대한 것이지만 최 수석에게도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하다. 최 수석의 사퇴가 알려진 23일 검찰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했다.

<구교형·곽희양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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