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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거짓말” 버려지는 박근혜 위인·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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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 “아이가 볼까 겁난다”…온라인엔 비판서평 봇물

출판사들, 시민 항의전화 들끓자 절판 “우리도 속았다”

중고서점 “되팔려는 사람 많지만, 안 팔릴 책이라 거절”

경향신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가 출판업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출판사들이 박근혜 대통령 자서전과 위인전 등의 출간을 중단하고 일부는 재고도 폐기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박 대통령 관련 서적을 내다 버리거나 중고서점에 팔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쓴 자서전은 제작이 중단됐다.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원 시절이던 2007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왼쪽 사진)를 냈다. 현재 박 대통령의 자서전 온라인 도서평에는 누리꾼들의 혹평과 패러디가 달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절망과 희망? 하야와 하옥이다”, “제목 잘못 썼다네요. 하야는 나를 단련시키고 순실은 나를 움직인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연설문 하나도 제대로 못 쓰는 대통령이 직접 자서전을 썼다고 믿을 수 없다”고 썼다.

출판사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 자서전을 판매한 출판사 관계자는 23일 “품절된 뒤 더 이상 제작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항의 전화가 많이 와 출판사 이미지까지 나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다룬 위인전도 처지는 마찬가지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김진영씨(39)는 2013년 출간된 <신뢰의 리더십 박근혜: 소통의 시대 첫 여성 대통령>(오른쪽)을 집에 두고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키우는 김씨는 “집에 ‘박근혜 위인전’이 있는지 몰랐는데 발견하고는 바로 내다 버렸다”며 “지금 보니 박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대부분 거짓인데 아이들이 읽었을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이 책은 박 대통령의 어린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어린이 위인전이다. 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은 책으로 표지엔 ‘신뢰의 리더십 소통의 시대, 첫 여성 대통령’이라고 쓰여 있다. 해당 위인전을 출간한 출판사는 이날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나서 제작 중단은 물론이고 재고도 전량 폐기했다”며 “‘박근혜 위인전’ 때문에 욕을 많이 먹어 출판사 입장에서도 괴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대통령 일대기를 다룬 책을 판매 중인 출판사 관계자는 “현재 절판을 논의 중”이라며 “출판사들도 시민들과 똑같이 속았다고 보면 된다. 지나친 비난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관련 책을 되팔기 위해 중고서점을 찾는 손님은 증가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중고서점 사장은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책을 되팔기 위해 찾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책이 인기가 좋아야 우리도 웬만큼 값을 쳐서 사는데, 어차피 안 팔릴 책이기 때문에 요즘은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다룬 중고책 가격도 떨어졌다. 한 중고서점 관계자에 따르면 4000원에서 6000원 사이에 판매하던 박 대통령 관련 책들을 요즘은 1000원에서 2000원 사이 가격대에 판매 중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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