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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최순실 주변 캘수록... 자꾸 나오는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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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 “金 지시로 崔 만났다” 진술

문체부 인사 정리작업 지휘 정황

日 면역세포 치료는 차움서 소개

야권 “게이트의 몸통” 연일 공세
한국일보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2월 신임 대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관내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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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60ㆍ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드리운 김기춘(77)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 그가 이번 사태에 연루돼 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서다.

상식적으로 봐도 “최씨는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수긍하기 쉽지 않다. 그는 2006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2012년 대선 때에도 박근혜 후보의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로 활동했다. 2013년 8월~지난해 2월 청와대 ‘2인자’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냈다. 그런 그가 박 대통령과 40년 간 깊은 친분을 유지해 온 최씨를 아예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은 낮다. 게다가 박 대통령은 최씨에 대해 “선거 때 많은 도움을 줬다”고 인정했고, 취임 초기 집중적으로 청와대 문건을 최씨에게 건네줬다. 최씨와 김 전 실장도 모종의 교류를 했을 공산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검찰 진술은 이런 추정의 신빙성을 더해 주는 기폭제가 됐다. 그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차관 취임 초기, 김 전 실장이 전화로 어딘가에 나가 보라고 해서 갔더니 최씨가 있었다. 이후 최씨를 여러 번 만났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 전 차관과 최씨의 연결고리가 김 전 실장이라는 것으로, 이는 그가 최씨의 국정농단을 인지했으면서도 묵인 또는 방조했다고 볼 만한 단서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업무 수첩도 김 전 실장의 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부분이 담겨 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전에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문체부 인사 등을 정리하는 작업을 김 전 실장이 막후에서 지휘했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김 전 실장은 배후에서 진두지휘한 꼴이 된다.

이외에도 최씨의 활동반경 곳곳에서 김 전 실장은 등장한다. 그는 지난해 3월 일본차병원에서 면역세포 치료를 받았는데, 이를 주선한 곳이 바로 최씨의 단골병원자 박 대통령 대리처방 의혹을 받는 차움의원이었다. 김 전 실장은 진료비도 일부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은택(47ㆍ구속)씨의 주변 인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대학 은사)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외삼촌),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이 공직에 오른 시점도 그가 비서실장일 때였다. 현 정부 초기 최씨 소유의 서울 신사동 M빌딩 사무실을 빌려 김 전 실장 등이 집권대책 회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야권에선 김 전 실장에 대한 파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당은 ‘김기춘 헌정파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그를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으로 지목했다. 결국 최씨나 차씨의 국정농단을 법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해 준 공식 실세는 김 전 실장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장이다. 국회를 통과한 ‘최순실 특검법’도 그에 대한 포괄적 수사가 가능하도록 규정해 시점이 문제일 뿐, 김 전 실장이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 돼 버린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한국일보

최순실(왼쪽 사진)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알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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