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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치9단' 朴대통령의 마지막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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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승부수를 던져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이 때문에 '정치 9단'이라는 별칭도 붙었고, 이를 토대로 많은 선거에서 승리해 '선거의 여왕'이란 호칭도 얻었다. 하지만 이번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앞에서는 그와 같은 정치적 술수나 전략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4개월 간을 돌이켜보면 정치권에서 20년 간 다져진 내공으로 몇 수(數) 앞을 내다보던 특유의 정치력은 온데간데 없고 그때그때 마다 위기모면용 '꼼수'를 부려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의 처가(妻家) 부동산 의혹이 언론에 처음 보도될 때만 해도 우 수석을 두둔하는 자세를 취하며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의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분히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우 전 수석을 두둔하는 발언으로 들렸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을 통해 우 전 수석에 대한 잇딴 의혹제기가 쏟아졌고 나아가 최순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박 대통령은 마지못해 우 전 수석의 사표를 받아냈고, 우 수석은 그제서야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설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 전 수석을 두둔한 발언도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최 씨의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줄곧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태도로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각종 의혹이 확산되고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야당과 언론을 향해 의혹 제기를 멈춰줄 것을 촉구했다. 또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면서 두 재단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최 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두 재단 설립과정에서 안 전 수석이 774억원의 출연금을 모금했지만 사실상의 몸통으로 박 대통령을 지목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에 대한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자 자신이 그토록 반대해왔던 개헌 카드를 정치권에 던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며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 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야권은 '최순실 게이트 덮기용' 개헌이라며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개헌은 하루 아침에 제안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국가적으로 큰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현재의 현안에 묻힐 수도 없는 일이고, 현안이 있다고 해도 국가장래를 결정하는 일은 미룰 수도 없다"고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하루도 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던진 개헌 카드도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파일' 폭로로 수포로 돌아갔다. 개헌 추진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만인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제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개헌 추진 주장도 결국은 최순실 비리 의혹을 덮기위한 꼼수였다는 게 명백해진 것이다. 실제 지금 상황을 보면 정부가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은 완전히 허언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1차 사과에도 민심이 수습되지 않았다. 이후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박 대통령은 다시 한 번 고개 숙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검찰조사에 응하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꼼수가 숨어 있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갑자기 발표됐고,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국회를 찾아가 정세균 의장을 만나 국회 추천 총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후 야권의 김 총리 내정자 철회 요구는 모른척 하면서 오히려 국정운영을 주도적으로 할 뜻도 내비쳤다.

이와함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11일만인 지난 15일에서야 변호인에 유영하 변호사를 임명한 뒤 과거 자신의 발언과 다른 취지의 대응방식을 내놓았다. 유 변호사는 변론 준비를 이유로 대면조사 시점을 최 씨를 비롯한 '구속 3인방'의 공소시점 이후로 미루는 한편 '가급적 서면조사', '불가피할 경우 한 차례 대면조사' 방침 운운하며 검찰 조사에 비협조 태도로 돌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돌연 엘시티 개발사업 비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총력 수사를 지시했다. 물론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 수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지만 이같은 수사 지시는 다분히 최순실 게이트로 쏠린 여론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보자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또다시 정치적 꼼수로 비쳐졌다.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은 벼랑끝에 몰린 상황이 되면 위기 국면 전환을 위해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와 국면전환을 시도했다. 지금도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거부하며 특검에 응하겠다고 하고 헌법대로 탄핵을 하라는 입장이다.

이러다간 이번 26일 촛불시위에서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것마저 박 대통령의 전략적 판단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다. 때문에 나라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 당국의 수사 내용도 "상상 속의 일"로 치부하며 강대 강 국면으로 몰아가는 지금의 상황이 박 대통령의 마지막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yusta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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