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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정유라 특혜주고 178억 받았지만…梨大의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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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입학 비리 사실로 드러나 돈 잃고 명예도 잃은 이화여대]

머니투데이

교육부는 18일 정씨의 입학·학사관리 특혜의혹과 관련한 이화여대 특별사안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화여대에 정씨의 입학을 취소하도록 요구했다. 이화여대는 교육부 감사 결과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부실한 입시 및 학사관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련자 징계 및 정유라 학생의 입학취소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2016.11.18/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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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보여드려도 될까요?"

2014년 10월18일 이화여대 수시모집 면접장에 들어선 정유라씨(20·개명 전 정유연)가 면접위원들에게 한 말입니다. 원칙대로라면 수험생은 아무것도 시험장에 들고오지 못했겠지만 정씨만은 달랐습니다. 입학처장은 면접위원들에게 "금메달 가져온 학생을 뽑아라"고 신신당부했고 정씨가 꺼낸 메달을 본 교수들은 정씨에게 면접 최고점을 줬습니다. 덕분에 정씨보다 서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수험생 2명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요.

힘들게 선발한 이 신입생은 여러모로 골칫덩이였습니다. 정씨가 하루도 수업에 나오지 않으니 학점을 줄 방법이 난감했던 한 교수는 정씨 대신 과제물을 대신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정씨가 외국에 체류할 때 치러진 시험에서 정씨 이름이 적힌 시험지가 나와 대리시험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정유라 구하기 프로젝트' 덕분인지 이화여대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이화여대는 올들어 교육부가 시행한 주요재정지원사업 9개 중 8개를 따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신설된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6개에 모두 선정된 사립대는 이화여대가 유일합니다. 각 사업의 지원액을 합하면 178억원입니다.

하지만 교육부 감사 결과 이화여대의 입학·학사 특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이화여대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우선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습니다. 비리가 밝혀진 대학에 대해 적게는 2%, 많게는 30%까지 예산 삭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교육부의 이행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화여대는 최대 모집정원의 10%를 줄여야 합니다. 등록금 수입이 급감한다는 말입니다. 또 앞으로 진행될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이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해는 더 큽니다. 이번 사건으로 손해를 입은 이화여대의 브랜드 가치나 명예를 돈으로 환산하면 천문학적인 액수일 겁니다. 무엇보다 동문, 학생, 교수들이 겪는 자괴감이 무척 큽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공동회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이 입학 관련해서는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같은 교수로서, 바로 옆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면서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말했습니다.

동문들도 "이러려고 이화여대 다녔나"는 식의 반응입니다. 자신의 아내가 이대 동문이라고 밝힌 한 교육부 관료는 "평생교육단과사업으로 인해 이화여대가 뉴스에 언급될 때부터 아내가 너무 분노했다. 사실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는 것과 별개로 이화여대가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 자체가 큰 상처였던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화여대의 거짓 해명은 학교와 법인에 대한 국민적 신뢰조차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던 이화여대는 이제서야 "부실한 입시 및 학사관리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권력 앞에서 너무나 쉽게 경계의 담장을 낮춘 교육현장의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화여대는 작은 걸 얻고 많은 걸 일었습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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