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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최순실 계모임 특종기자 취재기] 계원들 누군가 보니…최순실·이영복 외에도 엄청난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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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우리 계 모임을 알린 계원(契員)이 도대체 누구냐? 자칫 서로 오해라도 생기면 강남 바닥에 큰 싸움이 날지 모른다.”

지난 2일 조선일보는 ‘☞ 1인당 최소 月1000만원 최순실계(契)’ 기사를 통해 국정농단 파문을 빚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와, 부산 일대를 뒤흔들고 있는 ‘엘시티 이영복 게이트’의 두 주인공이 서울 청담동의 한 친목계 소속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지금도 이 계 모임 안팎에서는 “계원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제보자를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는 최순실씨가 독일 도피 중에도 서울 청담동의 이너써클(inner circle)과 연락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본지는 이 소문을 추적하던 중 최씨가 ‘청담동 ○○○○계’에서 수년째 활동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계주는 청담동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수입·유통을 하는 김모씨. ○○○○는 한때 그녀가 수입했던 명품 브랜드 이름이다. 1세대 패션 사업가로 알려진 김씨는 지금도 청담동에선 ‘○○○○ 회장님’으로 불린다. ‘모범 납세자 표창’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런데 취재 도중 이 모임에 ‘도망자’가 최씨 한 명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다.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지난 8월 검찰 수사 도중 잠적했다가 최근 체포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도 계원이었다. 최순실과 이영복은 현재 구치소 생활을 하며 검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당시엔 각각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계원들에 따르면 곗돈 납입일은 매달 22일.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고 사라진 최씨와 이씨가 곗돈을 부어올지 우선 취재를 멈추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달 초 이들이 ‘10월 곗돈’을 빼먹지 않고 보내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대형 게이트의 두 당사자가 버젓이 돈 거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복수의 전·현직 계원들은 본지와 만나 이렇게 전했다. “청담동에는 한 달에 수천만원씩 붓는 굵직한 계가 여러곳 있었다. 경제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불미스러운 ‘돈 사고’로 대부분 사라졌다. 그런데 이 모임은 달랐다. 계 모임 역사가 40년 가까이 된다. 회원 구성이 남다르다. 그저 재벌 사모님들로만 이뤄진 게 아니다. 재벌 친인척, 유명 원로 배우, 시행업자, 동대문 상가 건물주, 명품 패션업체 CEO, 화류계, 강남 대형 음식점 사장…. 각 분야에서 ‘1인자’ 소리를 듣는, 청담동에서 신용 만큼은 확실한 남녀로 구성돼 있다.”
조선일보

최순실씨가 서울구치소로 가는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울 수서경찰서를 나서 부산으로 압송되는 이영복 회장/연합뉴스


계원들이 서로 모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계원은 “매달 수천만원씩 돈 거래를 하는 계원끼리 서로 누군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남자 계원들은 매달 점심 모임에 나와서 밥을 먹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서로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최순실·순득 자매는 6개월 전쯤 그 달 곗돈을 탄 계원이 사는 공짜 밥을 먹으러 서울 임페리얼팰리스 호텔 2층 일식당으로 나왔다. 하지만 두 자매는 다른 테이블에 따로 앉겠다고 주장했다. “강남에서 최순실은 그저 유치원 원장, 정윤회는 청담동 일식집 사장(1995~1998년 ‘풍운’ 운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기 때문에 유별난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순실씨는 2013년 이 계 모임에 가입하기 전에는 압구정동의 또 다른 계 모임 소속이었다. 압구정동 계 모임의 회원은 대부분 중견 배우와 가수 등 연예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역시 매달 수천만원씩 부었다. 이 모임에서 최순실씨를 자주 봤다는 한 계원은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다같이 세트 메뉴로 통일해서 시키면, 꼭 본인은 전혀 엉뚱한 각종 요리를 이것 저것 요구하는 스타일로, 주변 사람들을 아주 불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모임에 나와 우울증 약을 먹는다고 말해왔고, 벌컥 벌컥 화를 자주 내서 계원들은 ‘원래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다. 압구정동 쑥탕에서는 ‘주사아줌마’(불법 의료시술자)를 데려와서 비타민 주사를 자주 맞는 걸로도 유명했다”고 말했다.

[한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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