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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평화 촛불' 흠집 낸 내자동로터리의 과격 시위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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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 농단]

일부 대학생들, 경찰 무전기 뺏고 차벽 기어올라가 몸싸움… 경찰, 23명 연행

자정 넘어까지 남아 밤샘 대치… 경찰관에 욕설, 폭력 행사도

시민들 "의경 괴롭히지 마라" "비폭력" 외치며 충돌 막아

"어어. 저 아저씨 뭐야." "내려와! 내려와!"

3차 촛불 집회가 열린 12일 오후 11시 서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식 촛불 행사를 마친 일부 시민이 모여들어 청와대 방향 행진을 막으려는 경찰과 차벽(車壁)을 두고 대치하고 있었다. 시민들이 "비켜라" "평화 시위 보장하라" 등 구호를 반복해 외치고 있을 때 한 청년이 약 4m 높이 경찰 방호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 시민이 "내려와"라고 소리쳤지만 오히려 일부 대학생은 차벽 오른쪽에 세워진 경찰 버스를 타고 차벽 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경찰 버스 위에서 '박근혜 퇴진'이 적힌 전단을 펼쳐들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추산 26만명, 주최 측 추산 100만명이 참가한 초대형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끝났지만 경찰의 최후 저지선이었던 내자동로터리에서는 '평화 시위' 기조를 해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수시로 일어났다. 주로 대열 선두에 선 일부 청년들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경찰 방패와 무전기를 빼앗으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평화 시위를 유도한 건 다름 아닌 시민들이었다. 조금이라도 충돌이 빚어지면 시민들은 "비폭력" "평화 시위"를 외치며 경찰과 시위대 양쪽을 자제시켰다. 자정이 넘어 의무경찰 한 명이 실수로 차벽에서 시위대 쪽으로 내려왔지만 시민들은 그를 도와 제자리로 다시 올라갈 수 있도록 도왔다. 일부 시민이 욕을 하며 의경에게 다가갔지만 다른 시민들이 "그러지 마세요" "괴롭히지 마"라고 외치며 가로막았다.

청와대에서 불과 200m가량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도 흥분한 일부 학생을 시민들이 진정시키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날 자정쯤 복면을 쓴 남성 6명이 경찰 버스 위로 올라가 경찰과 대치하자 현장에 있던 다른 시민들은 박수는커녕 "복면 먼저 벗어라"고 외쳤다. 많은 시민이 "복면 쓰고 폭력을 휘두르면 극우 단체 프락치라고 받아들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경찰 버스 위에 올라갔던 시위대가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조선일보

“내려와” 만류하는 시민들 - 12일 오후 11시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에서 시위대를 가로막기 위해 경찰이 설치한 약 4m 높이 방호벽을 한 남성이 넘어가려고 하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다른 시민들은 이 남성에게 손을 뻗으며 “내려오라”고 말리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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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극렬 시위를 벌인 일부 참가자에 대해 네티즌들은 "역사에 남을 평화 시위에 오점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그렇게 질서를 지키자고 했는데 옥에 티가 돼버렸으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고 했다. "청소년도 많았는데 (성인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나무라는 글도 많았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서 23명을 연행했다. 모두 내자동로터리에 있던 참가자들이었다.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45세 남성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22명은 집회 신고 시간이 끝난 뒤에도 경찰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집회를 계속한 혐의다.

이날 경찰 8명과 시민 56명 등 64명이 부상했고, 이 중 경찰 4명과 시민 27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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