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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규혁과 김동성, '최순실 게이트'에 희비 갈린 두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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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규혁(왼쪽)과 김동성.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한국 빙상을 알린 스타 두 명의 희비가 ‘최순실 게이트’로 엇갈렸다.

최순실이 연루된 각종 비리의 특징은 정계와 재계는 물론 문화 예술 스포츠 등에도 뿌리 깊게 퍼졌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그의 조카 장시호(37·개명 전 장유진)씨가 배후 조종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관련 비리다. 장씨는 영재센터 설립 뒤 평창 올림픽 사후활용및 빙상팀 창단 등을 통한 이권 장악을 노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가 전면에 내세우려고 했던 두 인물이 바로 ‘스피드스케이팅의 레전드’ 이규혁(38)과 ‘쇼트트랙 영웅’ 김동성(36)이었다. 결과적으로 이규혁은 장씨와 의기투합하며 승승장구하다가 이번 ‘최순실 게이트’ 관련 각종 의혹 등으로 인생의 큰 위기를 맞았다. 장씨의 부탁을 뿌리치며 뒤로 사라진 김동성은 여론의 극찬과 함께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빙상계 두 영웅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

이규혁과 김동성은 2000년을 전후로 한국 빙상을 알린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이규혁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년 전 소치 대회까지 동계올림픽에 6회 연속 출전하며 올림픽 최다 출전자로 한국 스포츠사에 이름을 남겼다. 비록 올림픽 메달은 따지 못했으나 2011년 독일 인젤에서 열린 종목별 세계선수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세계스프린트선수권 4차례 우승, 동계 아시안게임 금메달 4개 획득 등 세계 무대에서도 ‘롱런’한 스케이터다. 김동성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금메달, 5000m 계주 은메달 획득을 통해 쇼트트랙 황제로 올라섰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선 1500m에서 맨 먼저 들어오고도 온 국민을 광분하게 만든 ‘오노 액션’으로 인해 금메달을 빼았겼다. 1997년과 2002년 세계선수권에서 종합우승했다.

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둘은 체육계에 인맥이 넓었던 장씨와의 인연이 제법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보다 한 살 많은 이규혁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김동성은 성인이 된 뒤 동기(김동성이 2월생)뻘인 장씨를 알게 됐고 이후 연락이 끊겼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만난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영재센터를 지난해 설립할 무렵 이름값에서 해당 종목 국내 최고인 김동성과 이규혁에게 각각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주요 보직을 맡기려고 접근했다. 아울러 이규혁에겐 강릉을 연고로 한 스포츠토토 빙상팀 감독직, 김동성에겐 강릉시청 쇼트트랙팀 감독직을 두둑한 연봉과 함께 보장했다고 한다.

둘의 선택은 달랐다. 이규혁은 장씨와 의기투합했다. 영재센터 전무이사를 맡은 이규혁이 각종 기획안을 장씨에 보고하면, 장씨는 이를 최순실에게 전달해 사실상 결재받는 모양새였다. 이규혁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다음 언론에 장씨를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알았으나 난 순수하게 재능기부를 했을 뿐”이라고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반면 김동성은 딱 잘라 거절했다. 그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게 거래를 제안했다. 강릉시청 감독 자리를(주겠다고) 김종 차관(전 문체부 2차관)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고민 끝에 거절했다. 정부 인사들까지 개입하는 게 어쩐지 찜찜했다”고 밝혔다.

◇“주변 사람들이 중요하다”…빙상계가 보는 이규혁과 김동성

이규혁은 지난 1월 출범한 스포츠토토 빙상팀 감독에 현역 은퇴 2년도 되지 않아 억대 연봉을 받고 취임했다. 김동성은 어쩐 일인지 빙상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아니면 쇼트트랙 월드컵이 국내에서 열리는 시상식 등에 나서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던 김동성의 행동은 국민적인 박수를 받고 있다.

빙상계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두 스타의 희비를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김동성의 용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고위관계자는 “김동성 본인이 판단을 잘 한 것 아니겠나. 딱 봐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 과분한 자리를 맡을 순 없다고 본 것”이라며 “김동성이 방송에도 자주 나가고 연예인 기질이 있다고 봤지만 그런 경험들이 이런 중요한 일들에 판단을 잘 하도록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규혁을 두고는 “이규혁의 처신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큰 것 아니겠는가. 스피드스케이팅의 큰 자산인데 이런 일에 휘말려 안타깝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동성이 빙상계 인사들의 조언을 계속 듣고 새긴 것도 최순실계 유혹을 뿌리친 것에 한 몫을 했다고 보고 있다. 한 쇼트트랙계 인사는 “누구나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거절하는 게 얼마나 힘든가. 김동성이 전명규 전 빙상연맹 부회장 등 등 스승들의 조언을 놓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실업팀 감독은 이번 사태에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평생 나라를 위해 운동만 했던 선수들이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사실 선수든 코치든 운동만 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어떤 큰 배경이 있는 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김동성의 행동을 많은 체육인들이 참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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