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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Why뉴스] '뻣뻣병우' '팔짱병우' 왜 저렇게 오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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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오만한 행동을 하는 배경과 이유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거만하게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 그리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팔짱을 끼고 웃는 모습과 공손하게 서있는 검찰관계자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개했다.

따가운 국민여론을 의식한 김수남 검찰총장은 뒤늦게 우 전 수석에 대해 출국금지하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방치한 부분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급히 공개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뻣뻣병우', '팔짱병우' 왜?"라는 주제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뭘 믿고 그렇게 오만한 것인지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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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사진=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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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피의자들도 검찰수사를 받다가 차도 마시고 웃으면서 팔짱을 끼고 그러나?

=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 고위직 출신이나 유명인사들이 검찰에 소환될 경우 조사를 하기 전 부장검사실에서 차를 마시는 경우는 가끔 있다. 그렇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처럼 조사를 받던 중 휴식을 취하면서 팔짱을 끼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진을 찍은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누군가 목을 뒤로 젖혀 돌리는 식으로 스트레칭을 하면서 검찰 관계자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수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바뀐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검찰청사에 조사를 받으러 간 피의자가 조사를 하는 검사처럼 행동했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 중 가장 싫은 게 검찰 조사 배석하는 일"이라면서 "검찰(수사) 배석할 때는 기본적으로 '수사에 방해가 되는 사람' 혹은 '이 따위 악당을 변호하는 똑같은 놈'으로 취급 당해 모멸감을 종종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 내용 메모 하면 성질 내면서 수사 기밀을 빼 간다고 못 하게 하고, 중간에 말하면 수사 방해 된다며 쫓아낸다고 으름장 놓기, 부장검사가 의뢰인이랑 차 마시고 싶다고 변호인이랑 단절 시켜 놓고 사실대로 부는 게 좋을 거라고 압박하기, 아예 배석 못하고 쫓겨나기 등등"을 소개하면서 "조사할 때도 검사들이 어찌나 화를 내는지 (의뢰인) 옆에 앉아 있는 변호인까지 마음이 쪼그라드는 경험이 수차례"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평범한 피의자와 변호인에게는 잠시의 휴식에 저런 편안함을 가질 여유가 없다"면서 "그래서 좀 슬펐다. 억울하면 출세해야 하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다른 변호사들에게 우 전 수석처럼 피의자를 예우 하느냐? 라고 물었더니 "어림도 없다"거나 "상상이 안 되는 일"이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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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 조사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이 가족회사 관련 질문을 받자 날카로운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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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소환'이니 '황제조사'니 하는 비판이 틀리지 않는거냐?

= 그런 얘길 들어도 충분하다.

우 전 수석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질문하는 기자에 대해 기분나쁘다는 듯이 째려보는 장면이나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은 하지 않고 고압적으로 "들어갑시다" 말하는 장면, 조사를 받는 도중 검찰내에서 두터운 점퍼를 입고 팔짱을 낀채 웃으면서 검찰직원을 바라보는 장면은 우병우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게다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건 '윤갑근 특별수사팀'이 꾸려진지 75일 만이다. 우병우 부인 이모씨도 검찰소환에 계속 불응하다가 민정수석에서 경질된 지난달 30일에서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다른 피의자였으면 벌써 체포영장을 청구했을 것이다.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특별감찰관실에 대해서까지 압수수색을 벌였지만 우 전 수석이나 부인의 휴대전화는 압수조차 하지 않았고 우 전 수석 자택이나 처가(장모의 집)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는 건지 하는 척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느슨하게 봐주기 수사를 계속해왔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실세 민정수석이다보니 눈치만 보다 증거를 인멸할 시간만 준채 수사는 지지부진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황제조사'니 '황제소환'이니 하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이고 우병우가 아닌 '우갑우'로 부르기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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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우 전 수석은 뭘 믿고 그렇게 거만하게 출두하고 검찰에 소환돼서도 그렇게 당당한거냐?

= 우병우 전 수석으로서는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그렇게 했지 않겠나?

첫 번째는 우병우 사단이 여전히 검찰내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는 '윤갑근 특별수사팀'의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꼽힌다.

그리고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의 노승권 1차장과 이동렬 3차장도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뭐가 두려웠겠나? 검찰청사에서 조사를 받는 사람이 후배들을 격려방문 한 모습 또는 감시자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 아니 우병우 사단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거냐?

= 검찰내부나 검찰출신 법조인들에게 확인해보면 우병우 사단은 실제로 존재한다. 우병우 사단이란 우 전 수석과 근무인연이나 학연 지연 등으로 가까운 사람들로 인사에서 혜택을 봤거나, 우병우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던 사람, 또 민감한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나 대검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말한다.

우 전 수석의 선후배들에게 확인하니 "핵심 고위직은 물론이고 전국 주요검찰청의 인지부서(특수부, 공안부, 강력부, 외사부 등이지만 주로 특수부를 말한다)의 중간 간부들은 대부분 우병우 사단으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검찰에서 핵심적인 사정수사를 담당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와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이라면서 "이 세 곳의 수장이 모두 우병우 사단"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이동렬 3차장은 세월호 참사당시 순천지청장이었는데 유병언 사체가 발견되자 대전고검으로 좌천됐지만 우 전 수석이 서울지검 3차장으로 살려서 검사장 승진후보로 밀었고, 김기동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옛 대검 중수부장)은 우 전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시절 부부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고 우 전 수석이 청와대로 입성한 뒤부터 정부 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에 이어서 사실상의 대검 중수부가 부활한 부패범죄특별수사단 단장을 맡아서 대우해양조선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은 우 전 수석의 절친이면서 대학동기이고 시험동기인 김진모 검사장이 지휘한다.

사정수사를 우병우 사단이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검사장급 간부들 중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은 우병우 민정수석의 동기인 19기에서 이미 언급한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이창재 법무차관 등이다.

20기에서는 안태근 검찰국장과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이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고 21기에서는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과 김기동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유상범 창원지검장이 우병우 사단으로 불린다. 22기에는 검사장 승진 후 곧바로 국정원으로 자리를 옮긴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동렬 3차장은 검사장급은 아니지만 확실한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들 검사장들이 왜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하고 다음 기회가 있을 때 공개하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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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종민 기자)


두 번째는 우 전 수석은 자신에 대한 수사내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내부에서는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면서 윤갑근 고검장을 팀장으로 결정한 건 김수남 검찰총장이 아니라 청와대였다'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윤갑근 팀장을 결정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건 연관됐다는 얘기다.

오전 10시에 출두해서 사진이 찍힌 시점이 밤 9시쯤 됐으니까 검찰 조사를 받아보니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이 없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우 전 수석이 수사진행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고 조사과정에서 문제점이 없으니 여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 법조인은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의뢰인의 불안감을 먹고 사는데 우 전 수석은 수사진행 내용을 잘알고 있으니 불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스타일이 그렇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 전 수석과 가까운 검찰의 한 고위간부는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는 황당하거나 생경 할 수 있지만 우 전 수석의 평소 모습이 그렇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사법시험 동기인 한 법조인은 "우 전 수석의 평소모습에 비하면 출두 할 때의 모습은 엄청 자제하고 참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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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사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우 전 수석의 평소 모습이 어땠길래?

= 우 전 수석의 대학시절 별명이 '기브스'였다고 한다. 뻣뻣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학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해 '소년등과'했고 부자집에 장가가서 공직자재산 신고 때 신고한 재산이 409억원에 이를 정도고 검찰에서도 승승장구 하면서 평소 거칠것이 없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좌절한 게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했을 때였다. 우 전 수석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2013년 4월 검찰에 사표를 냈어요. 저도 이인규 선배만큼 억울했죠. 아니, 더 억울했지. 그래도 이 선배는 중수부장까지 했지만 저는 검사장도 못했으니. (검찰이) 일만 있으면 저를 불러서 부려먹고는 승진은 다른 놈 다 시켜주고. 검찰총장처럼 한 자리뿐이면 이해하지만, 한 기수에 10명을 시켜주면서 저만 안 시켜주고. 1차에 안 시켜준 것만 해도 열 받는데 2차까지 안 시켜주니까,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했어요. 일만 시켜먹고 승진 때는 빼고. 그게 더 억울하지"라고 검찰을 원망했다.

그런데 당시 검찰과 법무부, 청와대 등의 관계자들에게 확인하니 우 전 수석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이유가 세가지였다.

첫 번째는 '성정이 포악하고 예의가 없다', 검사장이 아닌 상황에서도 그렇게 사람들과 척을 지는데 검사장이 돼서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겠나? 조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재산이 너무 많다', 재산 많은게 나쁜건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세 번째는 '적장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주임검사인데 검사장 승진을 시킬 경우 바로 대통령에 대한 정무적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당시 검찰내 기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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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남 검찰총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해 갑자기 출국금지하고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수사를 한다고 했는데?

= 이 발표를 보면서 검찰이 참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세 중 실세였던 현직 대통령의 아들도 구속하던 검찰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검찰총장은 뒷북이나 치는 방관자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수남 검찰총장으로서는 우병우 사단에 대해 경고하는 차원에서 철저히 수사하라는 취지로 출국금지 하고 직무유기에 대해서도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금 검찰에 특별수사팀이나 특별수사본부가 몇 개인가? 그리고 수사진행 과정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결과만 보고하라고 한다. 외풍을 막을 자신이 없으면 검찰총장을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가?

검찰 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큰 사건만 나면 검찰총장이 보고 안 받겠다고 뒤로 빠져버리면 총장은 왜 있는거야?"라면서 "총장이 욕을 먹더라도 '내목을 쳐라'고 하거나 그런 쇼라도 해야지... 무슨 구경꾼 같다"고 질타했다.

다른 중견법조인도 "여기까지 왔으면 검찰총장이 각이라고 세우고 한 번 해보자! 수사는 너희들이 해라, 바람은 내가 막겠다고 해야지 "나는 빠질테니까 너희가 민정수석실과 직거래 하라고 한다면 총장이 왜 필요하냐?"고 비판했다.

서울대 교수 728명은 시국 선언에서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검찰 수뇌부는 모두 교체돼야 하며 근본적 검찰 개혁 방안이 실행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이 지경이 되도록 김수남 검찰총장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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