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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촛불집회는 '4만명' 싸이 공연은 '8만명'…경찰의 오락가락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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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 참가 인원 주최측과 경찰 집계차 '15만5000명'

집회·시위 영향력과 의미 축소 위해 참가자 수 줄이고

같은 공간 차지한 거리 문화 행사는 배 이상 늘려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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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밤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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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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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5000명과 20만 명.

5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촛불문화제 참가 인원을 놓고 경찰과 주최측의 셈법은 크게 달랐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양방향 도로는 물론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뒤쪽 골목까지 참가자들로 가득찼다. 서울시청과 종로1가도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로 빼곡했다.

2부 집회가 시작된 오후 7시30분을 기준으로 주최측은 20만 명이 운집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당초에 4만 명이라고 했다가 규모가 커지자 5000명을 추가했다. 15만5000명이나 차이가 난다.

주최측은 도중에 들어오거나 빠져나간 사람까지 포함된 연인원으로 참가자 수를 계산한다. 경찰은 시간대별로 집계한다. 양쪽의 집계 기준이 다름을 감안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

어느 쪽이 더 실제에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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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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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지난 2004년 3월 20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참가자 수는 주최측 22만 명이었다. 경찰은 13만명으로 집계했다. 당시에도 광화문광장부터 서울시청 앞까지 도로 전체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찼다. 사진으로 보이는 규모는 이번 집회와 차이가 크지 않다.

광우병 파동이 있던 2008년 6월 8일의 광화문광장 촛불집회는 사흘간 열렸다. 6월 10일을 기준으로 주최측은 70만 명, 경찰은 8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때도 세종로 일대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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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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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와 달리 문화공연의 경우 경찰의 집계는 후한 편이다.

2012년 10월 4일 밤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가수 싸이(Psy)의 공연에서 경찰이 집계한 관람객 수는 8만 명이었다. 당시 인파가 운집한 장소는 시청 광장 일대였다. 광화문광장 일대보다 작은 면적이다. 경찰의 집계대로라면 광화문광장을 가득 메운 5일 밤의 촛불문화제보다 시청 광장의 싸이 공연 관객이 두 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2002년 6월 25일 한일월드컵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렸을 때에도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네거리 일대는 응원 인파가 가득 메웠다. 당시 경찰은 광화문 네거리에 55만 명, 시청앞에 80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일반 시위에선 볼 수 없는 '후한' 집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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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시위 현장에서 주최측과 경찰의 계산이 다른 이유는 영향력 때문이다. 주최측은 참가자 수를 극대화해 세를 과시하려 한다. 반면 경찰은 참가자 수를 최소화해 시위의 의미를 축소하려 든다. 목적이 다르니 시위 주최자와 경찰의 셈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계산법은 '페르미 추정법'이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의 이름을 딴 공식이다. 일정한 면적 안에 있는 사람의 수를 세고 이를 대상 지역의 전체 면적에 비례해 계산하는 방법이다.

해양수산부는 이 셈법을 이용해 매년 여름 전국 해수욕장 방문자 수를 집계한다. 모래사장 600㎡(가로 30mㆍ세로 20m) 면적 안의 사람 수를 전체 면적 만큼 곱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도 '어림짐작'에 지나지 않아 얼토당토 않은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해수부가 발표한 지난 해 여름 해수욕장 방문자 수는 '9985만5284명'이었다. 전 국민이 의도치 않게 이틀씩 해수욕장에서 보낸 셈이 됐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유길용 기자 y2k753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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