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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법인세 논쟁❺ 법인세 인하 이후 매년 53조원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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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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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와 사내유보금 증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경련의 주장이다. '투자하라고 법인세를 내렸더니, 유보금만 쌓았다'는 지적을 향한 반박이다. 그런데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2009~2015년 자산 순위 상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매년 53조원가량 증가했다. 공교롭게도 법인세가 인하된 이후의 일이다.


'이익잉여금(수익에서 배당 등 제외하고 남은 금액)+자본잉여금(자본거래에서 생긴 차익)'. 사내유보금의 정확한 의미다. 쉽게 말해 남는 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하거나 투자를 해야 할 때 쓰는 예비자금인 셈이다.

하지만 사내유보금이 쌓이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역으로 보면, 돈을 써야 할 곳에 쓰지 않고 쟁여놓고 있는 셈이라서다. 기업의 투자가 줄거나 정체돼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법인세가 인하된 2009년 이후 사내유보금이 급증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기업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 271조1000억원에서 2014년 9월 537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매년 약 53조원씩 증가한 셈이다. 유보율은 987. 0%에서 1734.0%로 치솟았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 실적은 30대 그룹 기준으로 연평균 8조원가량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한 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는 의도였는데, 투자 효과는 크지 않고 사내유보금만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정성훈 대구가톨릭대(경제통상학) 교수는 "사내유보금 중 투자로 분류된 부동산매입 등은 고용창출을 위한 투자라고 보기 힘들다"면서 "이 부분까지 현금성 자산에 포함한다면 실질적인 사내유보금은 더 증가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정세은 충남대(경제학) 교수는 더 구체적으로 비판했다. "단 몇푼이라도 사내유보금이 늘고 있다면 어찌 됐든 남는 이익이 투자로 환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건비와 고용률이 악화되는 것도 부동산과 금융자산에만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가 안 좋다면서 사내유보금이 되레 증가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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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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