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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매거진M] 응답하라, 디즈니! 당신의 추억을 소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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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관 ‘토이 스토리3’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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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개봉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클라이드 제로니미·윌프레드 잭슨·해밀턴 러스크 감독)부터 2013년 개봉한 ‘몬스터 대학교’(댄 스캔런 감독)까지, 월트 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의 대표 애니메이션들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메가박스 필름 소사이어티와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가 손잡고, 10월 13일부터 30일까지 디즈니 영화관을 운영하는 것. 9월 30일 티켓 오픈 후 사흘 만에 예매 관객 1만 명을 돌파했으며, 특히 ‘인어공주’(1989, 론 클레멘츠·존 머스커 감독) ‘월·E’(2008, 앤드류 스탠턴 감독) 등은 추가 상영될 만큼 호응이 뜨겁다. 지난 10월 16일 ‘토이 스토리3’(2010, 리 언크리치 감독) 상영관을 가득 채운 것은 대부분 20~30대 관객이었다. 이건 ‘그때 그 영화’를 보러 디즈니 영화관에 찾아간, 한 어른의 추억에 관한 이야기다.

디즈니 영화에 얽힌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인어공주’ 속 에리얼(조디 벤슨)의 친구인 바닷가재 세바스찬(새뮤얼 L 라이트)을 따라 “언더 더 씨, 언더 더 씨”라 노래 부르고, ‘라이온 킹’(1994, 로저 알러스·롭 민코프 감독) 속 원숭이 라피키(로버트 귈럼)가 아기 사자 심바(조너선 테일러 토마스)를 들어 올리듯 인형을 들어 올리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토이 스토리’ 시리즈(1995~)처럼 ‘내가 눈을 감고 있는 동안 장난감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 경험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디즈니 영화가 어린 시절 추억만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어 본 ‘월·E’는 입으로 내뱉는 ‘말[言]’ 없이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가 가능함을 확인시켜 줬다. 어떤 대사도 없이 한 소녀와 소년의 평생을 따라가는 ‘업’(2009, 피트 닥터·밥 피터슨 감독)의 초반 10분 역시 영화관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린 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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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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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토이 스토리3’를 택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 이유에서다. 2006년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하기 전까지, 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2001, 피트 닥터·데이비드 실버맨·리 언크리치 감독)나 ‘인크레더블’(2004, 브래드 버드 감독)을 보고 상상치도 못한 설정에 입이 떡 벌어졌지만 그때뿐이었다. ‘토이 스토리’(1995, 존 라세터 감독)와 ‘토이 스토리2’(1999, 존 라세터·애시 브래넌·리 언크리치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시야 바깥에서 신나게 살아가며 온갖 모험을 펼치는 장난감 이야기. 그것은 잠시의 흥미거리 이상이 되지 못했다. 뻔한 동화라 해도 디즈니가 전하는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쪽이 더 좋았다. 그래도 조금 심심한 세계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만약 이러한 두 세계가 만나면 어떻게 될까? 그 상상을 실현한 작품이 바로 ‘월·E’와 ‘업’이다. 두 영화로 인해, 디즈니와 픽사가 만든 세계를 기다리는 일은 삶의 낙이 되었다. ‘업’ 이듬해 찾아온 영화가 바로 ‘토이 스토리3’다. 개봉 당시 나는 영화가 끝나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3D 안경 아래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았다. 그때 ‘내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던 전편들을 다시 보고, 3편을 한 번 더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런데 6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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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3


10년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다시 보니 전편들에 대한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특히 2018년 개봉 예정인 ‘토이 스토리4’가 우디(톰 행크스)와 보 핍(애니 파츠)의 러브 스토리로 알려졌기에, 지금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보는 일은 다음 편을 위한 예습이지 않겠는가. ‘토이 스토리3’를 보러 영화관으로 향하는 길에, 3편 개봉 당시 대학생이 되어 떠났던 ‘장난감들의 주인’ 앤디(존 모리스)의 나이를 셈해 보았다. 지금쯤 20대 후반일 나이. 앤디 또래의 20대 관객이 영화관에 유독 많아 보인 것은 기분 탓일까. 옆자리 관객에게 슬며시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저와 앤디의 나이가 비슷하거든요. 앤디가 3편에서 어른이 되고 나서 저도 곧 어른이 됐어요.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함께 자란 듯한 느낌이에요.” 대화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토이 스토리3’ 내용은 모두 아는 대로다. 앤디가 대학에 진학하자 장난감들은 버림받을까 걱정한다. 그리고 앤디 엄마(로리 멧칼프)의 착각으로 ‘햇빛 마을’이라는 탁아소에 기부된다. 천국인 줄 알았던 탁아소는, 알고 보니 버려진 곰 인형 랏소(네드 비티)가 지배하는 독재의 땅이었다. 굳은 의지와 우디의 대활약으로 장난감 친구들은 탁아소를 탈출하고, 우여곡절 끝에 앤디의 방으로 돌아온다. 이웃 꼬마 보니(에밀리 한)에게 장난감들을 물려주는 앤디. 앤디는 우디에게, 우디는 앤디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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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올 줄 몰랐어? 앤디는 다 컸다고!” 이미 장난감들은 알고 있다. 아이가 크면 장난감과 멀어져 이별하게 될 것을. 하지만 우디가 예정된 이별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앤디가 자신과 친구들을 소중히 여겼다’는 사실이다. 사진으로만 남아 있지만 모두가 영원히 기억할 행복했던 추억. 언제나 추억은 생각보다 힘이 세며, 몇 번이고 되돌아온다. 다시 추억을 불러오고 현재 의미를 덧입히기에 영화보다 좋은 매체는 없다. 똑같은 영화라도 시간이 흘러 달라진 나와 만나면 전혀 다른 느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영화가 싫어질 수도 있고, 싫어하는 영화가 좋아질 수도 있다. 만약 좋아하는 영화가 더욱 좋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시 본 ‘토이 스토리3’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4편 개봉 전에 또다시 보고 싶을 만큼. 엔드 크레딧을 보며 관객이 박수를 보내는 동안 ‘이보다 더 완벽한 마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토이 스토리4’를 향한 기대감은 어김없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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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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