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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소방수 차두리까지'…슈틸리케 감독, 쓸 카드 모두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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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차두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축구대표팀 전력분석원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차두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노란불이 켜진 ‘슈틸리케호’의 ‘특급 소방수’로 투입됐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직함은 그렇지만 역할은 사실상 코치다. 그의 대표팀 합류는 최근 침체된 국가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차두리는 지난해 3월 뉴질랜드전을 끝으로 은퇴할 의사를 내비쳤다. 2014년 10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하지만 독일어에 능통하고, 유럽 문화를 잘 아는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대표팀을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슈틸리케 감독과 만나며 대표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차두리는 이제 선수가 아닌 전력분석관으로 대표팀의 일원이 돼 위기에 봉착한 슈틸리케호의 조력자로 활동하게 된다. 축구협회와 슈틸리케 감독이 차두리 분석관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차두리의 조기 합류, ‘절박한 슈틸리케호’의 승부수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차두리의 대표팀 합류가 예상보다 일찍 실행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지난해 말 차두리가 현역 은퇴를 한 뒤 그의 대표팀 코칭스태프 합류를 꾸준히 검토했다. 당초 예상했던 시기는 내년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차두리가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활동을 할 수 있는 A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취득 과정에 돌입할 때 벤치에 앉히겠다는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슈틸리케호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초반 부진을 겪으면서 그의 합류 시기가 당겨졌다. 그만큼 절박한 상황임을 슈틸리케 감독이나 이 위원장이 인식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차두리는 내년 2월부터 A라이선스 취득을 위한 지도자 교육 과정을 밟는다. 차두리가 (당초엔)올해보다 라이선스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코칭스태프로 합류하는 것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슈틸리케호에겐 다음 달 1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홈경기가 본선 진출의 큰 고비다. A조 3위인 한국(2승1무1패·승점 7)은 2위 우즈베키스탄(3승1패·승점 9)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따내 순위 상승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큰 차질을 빚는다. 지난 12일 이란 원정 패배로 가라앉은 대표팀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축구협회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차두리의 조기 합류다. 차두리는 아직까진 UEFA B급 자격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코치보다는 ‘전력분석관’이란 직함을 통한 대표팀 스태프로 가세한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예선 등에선 코치들과 큰 차이 없이 벤치에 앉을 수 있다. 통역이나 주무, 미디어담당관 등이 벤치에 앉는 것과 같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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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가 27일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전력분석관’이라 쓰고 ‘코치 겸 리더’라 읽는다

‘슈틸리케호’가 최근 부진과 맞물려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이 소통의 부족과 리더의 부재다. 소통 측면에서는 이란전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한 ‘소리아 발언’이 대표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 원정경기에서 0-1로 패한 뒤 “상대를 밀어붙이려면 패스도 정확하고, 드리블 능력도 있어야하고, 크로스도 좋아야하고 모든 것들이 나와야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안 나왔다. 우리는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공격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다”며 강한 실망감을 표출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소리아 발언’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저돌적인 플레이를 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쉽게 납득되기 어려웠다. 기성용은 이란 원정 직후 슈틸리케 감독이 소통과 비판적인 여론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감독님도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주장 입장에서 봐왔을때 힘이 많이 드실것으로 생각한다. 선수단 소통이나 언론과의 소통도 그렇고, 경기력적인 면에서 실망을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에서 장기간 지도자로 활동했지만 아시아권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표팀 운영을 하면서도 문화의 차이로 인한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어에 능통하고 유럽 문화를 잘 알면서 한국적인 정서도 체득한 차두리의 합류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사령탑과 선수들의 간극 좁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차두리가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선수단 내 소통은 물론 외부와의 소통에도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출범 이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겨냥해 세대교체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로 인해 그동안 수비수 곽태휘(서울)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한 30대 베테랑 선수가 없었다. 대표팀이 순항할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위기가 닥쳐오자 경험이 많은 노장 선수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대표팀 내에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주고, 감독과 선수들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왔다. 차두리 분석관은 기존 대표팀 자원들과 함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선수단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와의 소통에 큰 문제가 없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라 앉아있는 상황에서 차두리가 형님 역할이나 대표팀 안에서 외부와 소통을 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차두리 분석관의 합류로 소통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경기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차두리도 최근 대표팀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또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 그는 “분명한 것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인가 엇박자가 난다. 감독이 하는 발언들, 받아들이는 선수들도 밸런스가 안맞는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선수들과 감독님의 중간에서 팀이 원활하게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차두리 분석관 발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냈다. 이젠 슈틸리케 자신이 변해서 선수들과의 신뢰는 물론 팬들의 지지를 다시 되찾기 위해 전력투구할 때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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