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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블록체인’ 도입 열풍... 금융 생태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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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변화 일어날까

해외송금시 비트코인으로 거래

공인인증서 대체 본인인증서비스

시간ㆍ비용 획기적 절감 기대

국내업체 도입 현황은

농협 신기술ㆍ지문인증 첫 접목

신한 골드바 블록체인 보증서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속속 선보여

해외송금ㆍ주식거래 등 무한활용

초기 단계… 속도ㆍ용량은 한계

한국일보

블록체인 활용한 해외송금 프로세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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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주부 A씨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에게 비트코인(디지털 통화)으로 생활비를 보낸다. 예전엔 은행 창구에서 100만원만 송금해도 수수료를 5만원은 내야 했다. 하지만 요즘 비트코인 방식으론 수수료 1만원이면 충분하다. 이틀 이상 걸렸던 송금기간도 거의 실시간이 됐다.

최근 금융권에 ‘블록체인 도입 열풍’이 불면서 앞으로는 A씨가 과거 인터넷뱅킹 도입으로 경험했던 변화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광범위한 변화가 예상된다.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된 지금도 대부분 해외송금엔 국가 간 은행을 연결해주는 중개기관(스위프트)을 거쳐야 해 수수료가 높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A씨는 앞으로 인터넷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해 직접 해외 계좌로 송금할 수 있게 된다.

해외송금뿐이 아니다. 주식거래, 전자결제, 보험 청구 및 심사, 무역금융 등 금융업 전반에도 블록체인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27일 NH농협은행은 국내 금융권 최초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터넷뱅킹 지문인증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지문 등을 이용한 생체인증 기능은 이미 도입됐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지문인증 서비스를 접목하는 건 농협은행이 처음이다.

블록체인이란 개인이 금융거래를 할 때 거래내역을 하나의 ‘블록’(개인 장부)으로 만들고 각 시장 참여자들의 블록을 사슬처럼 엮어 만든 일종의 ‘공공거래 장부’를 뜻한다. 지금은 시중은행처럼 장부를 관리하는 기관이 따로 있는 셈이지만, 앞으로 블록체인이 보편화되면 이들 기관 없이도 거래가 가능해져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농협은행 지문인증서비스를 예로 들면, 지금은 공인인증서로 본인 여부와 거래를 승인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지문으로 본인인증을 해 블록체인에 쌓인 거래 정보로 거래 승인을 받으면 된다. 향후 은행간 블록체인 망이 형성되면 모든 은행의 거래 정보를 한번에 활용할 수도 있다.

앞서 KB저축은행은 지난 3월부터 블록체인 방식 본인인증서비스(비밀번호 입력)를 내놨고, KB국민카드도 다음달 중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8월부터 금 매입 고객에게 골드바 보증서를 기존 종이보증서 대신 블록체인 보증서로 발급해 주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도 증권사 20곳을 중심으로 내달 공동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해 주식거래, 장외거래, 간편인증 등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은행들은 해외송금 분야에서 블록체인이 위력을 발휘할 걸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주고 받고 거래내역은 각자 장부(블록)에 기록해두면 되기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 현재의 금융 거래비용의 약 30% 가량 절감될 거란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만은 현재 연간 800억달러(약 91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금융사들의 청산ㆍ결제 거래 비용이 블록체인 도입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도입 초기인 만큼 아직은 정보 처리속도나 용량 등에 한계가 있다. 주식거래 등 한번에 처리해야 하는 양이 많은 금융거래에는 여전히 블록체인 방식이 부적합하고, 관리기관 등 책임자가 없어 실수로 거래해도 되돌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보안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과거 비트코인 거래소 시스템이 해킹된 적도 있어 해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지도 의문이다.

관련 법 개정 등 제도도 정비돼야 한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상 해외송금은 반드시 은행을 통하도록 돼 있다. 디지털 통화에 대한 규정도 미비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블록체인의 파급력이 크다는 건 인정하지만 관련 인프라나 제도 등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향후 비트코인을 전자지급수단에 포함시켜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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