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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사설] 대통령과 검찰은 수사 주체 아니라 수사 대상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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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7일 최순실씨 의혹을 수사할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사실상 검찰 2인자인 서울중앙지검장이 본부장을 맡았고 특수부 등 검사 10여명을 투입한다고 한다. 검찰의 이 발표에 박수를 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조소(嘲笑)를 보내고 있다.

검찰은 시민단체 고발 후 한 달이 지난 26일에야 압수 수색에 나섰다. 관련 인물들이 해외로 달아나고 증거 인멸할 시간을 벌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 놓고 '특별'이란 간판을 단 수사팀을 발족시켰으니 쇼로 비칠 뿐이다. 수사본부장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장은 사건을 한 달 동안 뭉개도록 지휘한 장본인이다.

이 정권 들어 검찰은 무리한 정치 수사를 연발해왔다. 전(前) 정권에 보복하기 위한 4대강 수사와 자원 비리 수사는 애꿎은 사람의 자살만 부르고 거의 허탕으로 끝났다. 역시 전 정권 인사들 비리를 캐려고 무려 8개월을 끌었던 포스코 수사도 성과 없이 기업만 힘들게 하고 끝났다. KT 수사나 대통령 레임덕 막기용이었다는 롯데 수사도 대규모 수사팀을 동원해 뒤질 만큼 뒤졌지만 결과는 보잘것없었다. 또 한 명의 사람이 자살했다. 이런 대형 수사는 대통령 재가 없이 이뤄질 수 없다. 검찰은 대통령의 정치 하청에 동원돼 국민이 준 권력을 휘두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괴롭혔는가. 대통령이 시킨 정치 수사에 들인 열정의 100분의 1이라도 최순실 국정 농단 수사에 썼는가. 왜 국민이 세금을 내 이런 조직을 유지해야 하나.

검사들은 승진시켜주고 좋은 보직 준다면 무슨 일이든 할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인사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 이 정권에서 검사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휘둘러온 것은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그가 검사들을 인사권으로 압박하고 회유하면서 정치 수사를 배후에서 조종해왔다는 혐의가 짙다. 검찰과 우 수석은 자신들의 이 행위가 법률 조항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의 상식 차원에서 이야 말로 거악(巨惡)이고 대형 범죄다.

최순실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은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한다. 법률 해석이 그렇다고 해도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이 수사받지 않으면 이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수사를 자청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과 검찰은 수사 주체가 아니라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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