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6분 만에 동난 8만원 티켓, 온라인서 “33만원에 팝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선착순으로 판매 ‘하늘의 별 따기’

PC·모바일 40만명 이상 동시 접속

웃돈 받고 팔아도 벌금 20만원뿐

암표상들 알바 고용해 대량 구매

시즌권 구매자에게 우선권 등 제공

팬들 예매 시스템 개선 목소리 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 1차전 입장권 예매가 시작된 지난 26일 오후 2시. 두산 팬 황세윤(33)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6분도 안 돼 티켓이 모두 동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황씨는 밤사이 취소된 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 2시에 ‘2차 도전’을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29일 KS 개막을 앞두고 야구 커뮤니티에는 황씨처럼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야구 팬들은 KS만큼 뜨거운 ‘광(光)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빛의 속도로 클릭 경쟁을 한다는 뜻이다.

올해 프로야구는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833만9577명)을 돌파했다. 열기가 최고조에 오른 만큼 포스트시즌(PS) 입장권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플레이오프(PO) 4경기를 포함해 올해 PS 10경기 중 9경기의 표가 매진됐다. 티켓이 다 팔리지 않은 준PO 4차전(잠실·넥센-LG)도 남은 표가 648장에 불과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평균 9분, 준PO는 13분, PO는 12분, KS는 7분 만에 다 팔렸다. 표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예매 성공 노하우를 담은 정보가 떠돌고 있다. ▶PC보다 모바일 ▶결제는 무통장입금 ▶좌석은 자동지정으로 해야 성공률이 높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티켓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입장권. 5연석 40만원(장당 8만원)짜리 입장권을 165만원에 내놨다.


입장권 판매 대행사인 인터파크의 김석주 과장은 “예매를 위해 PC로 30만~35만 명, 모바일로 5~6만 명 정도가 동시 접속한다. 모바일로 예매하면 성공률이 높다고 느끼는데, 데이터를 보면 의미있는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무통장입금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하면 여러 정보를 입력하느라 시간이 걸려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며 “그러나 우리 시스템은 좌석이 선점되는 순간 예매가 확정된다. 결제방식의 차이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좌석을 자동지정으로 할 경우에는 곧바로 빈 자리를 차지할 수 있어 유리한 게 사실이다. 대신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순 없다.

취소된 티켓을 구한다는 뜻에서 ‘취켓팅’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예매는 했지만 결제를 하지 않아 취소된 표를 티켓팅하는 것이다. 김 과장은 “무통장입금의 경우 당일 밤 자정 이전까지 이체가 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예매가 취소된다. 취소된 표는 다음날 새벽에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는 것도 ‘광클 전쟁’이 일어나는 또다른 이유다. 인터파크는 일부 팬들의 대량 구매를 막기 위해 1인당 최대 4매로 판매를 제한한다. 그러나 암표상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여러 개의 아이디로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규제를 피하고 있다. 암표상들은 이렇게 구매한 표를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의 가격으로 되판다.

처음부터 입장권을 되팔 목적으로 구매하는 이들도 적잖다. 회원 1000만 명이 넘는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 야구 게시판에는 예매 시작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2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왔다. 대다수가 PS 입장권을 판다는 내용이었다. 티켓 구매·거래 사이트인 티켓베이에도 27일까지 1000여 건의 매물이 등록됐다.

암표상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처벌 규정이 약해서다. 잠실구장의 경우 송파경찰서와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단속에 나서지만 암표 거래의 물증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적발한다고 해도 벌금이 20만원에 불과하다.

‘광클 전쟁’이 과열되고 암표상들도 활개를 치자 예매 시스템을 바꾸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즌권을 산 팬에게 PS 티켓 구매 우선권을 주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이런 방식으로 실수요자의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문정균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팀장은 “몇몇 구단은 구단에 배분되는 PS 티켓을 시즌권을 산 팬들에게 선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KBO는 일반 팬들에게도 PS 관람 기회를 주자는 목적으로 구단에 우선 배분하는 티켓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