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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한일 군사정보협정,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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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체결을 목표로 다음달부터 양국 실무협의에 들어간다고 한다. 2012년 이명박정부 당시 밀실협상 논란으로 협정이 무산된 지 4년 만이다.

협정의 현실적 필요성은 인정할 만하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북공조 차원에서 한일 양국의 군사정보 교류 협력을 체계화해야 할 필요성에는 별 이론이 없다. 우리에게 없는 정찰위성을 4기나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정보능력에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현재 양국 간에는 군사정보공유약정이 체결돼 있으나 이는 핵ㆍ미사일 등 극히 일부 분야에 한정돼 있고, 그나마 미국을 경유하는 형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협상재개 결정이 협정 체결로 초래될 수 있는 복잡한 대내외적 변수를 감안한 깊은 고려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4년 전 큰 홍역을 치른 이후 정부는 협정 재개에 대해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해 왔다. 여건이란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 중국의 반발 등 외교안보적 파장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을 게다. 그사이 북의 핵ㆍ미사일 위협은 극도로 커졌지만 그와 함께 국민의 대일감정이 나아졌는지 의문이다. 위안부 협상의 타결과 그 이후 일본의 잇따른 역사왜곡 발언으로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자위대의 역할 확대 등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오히려 커졌다. 자칫 공론화 과정 없이 덜컥 협정을 체결했다가는 만만찮은 역풍을 초래할 수 있다.

반발할 게 뻔한 중국 설득도 과제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우리는 부인하지만 미일의 미사일방어(MD) 체제 편입의 신호탄이라는 게 중국 시각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으로 냉각된 한중 관계가 또다시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

무엇보다 외교안보 분야까지 최순실의 국정개입 의혹이 확산되는 이 시기에 극히 예민한 한일 군사협정을 추진하는 게 또 다른 억측과 불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방부는 “면밀한 검토 후에 선택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했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적 이해를 먼저 구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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