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최순실 사태 보라” 개헌론 되레 힘 실린다

댓글 1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진석 “단임제 폐해가 드러나”

김종인 “한 사람 탓에 나라가…”

김무성 “국정운영 체제 바꿀 때”

丁의장도 “개헌특위 구성” 가세

‘거국중립내각’ 제안과 맞물려

국회發 개헌 논의 새 국면 맞아

한국일보

정세균(왼쪽)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에서 대화를 나루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주도의 개헌 논의는 ‘최순실 게이트’로 동력을 상실했지만,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 요구는 오히려 힘을 더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개헌 필요성은 더 절실해졌다는 논리에서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대통령 리더십 부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기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논의와 맞물리면서 국회발 개헌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여야 개헌파 의원들은 27일 일제히 “개헌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순실 사태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개헌”이라며 “개헌 특위 설치에 대해 야당과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최순실 파문을 무마하기 위한 의도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상규명을 회피하거나 희석시키려는 의도는 아니다”며 “대통령 임기 말에 예외 없이 친인척 혹은 비선실세가 개입된 대형 비리 사건이 왜 반복되는지 깊이 생각해볼 때가 됐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건을 목도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와 폐해가 너무 명백함에 공감한다”며 “이번 사건은 개헌의 걸림돌이 아니라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국회 주도의 개헌론 공론화에 적극 가세했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국가운영체제와 개헌’ 토론회 축사에서 “작금의 상황은 견제 받지 않는 권력,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이 가진 한계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해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개헌 특위 구성을 포함한 정국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주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헌에 찬성하는 대선 후보들이 기존 정당 바깥에서 모이자는 ‘비 패권지대론’을 키워가고 있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도 같은 자리에서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라가 어떤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게 극명히 드러났다”며 “우리나라 정치체제가 지금 같은 형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형편에 도달했다”고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도 최순실 사태가 개헌 논의의 불씨를 키우는 기회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개헌 토론회에서 “5년 단임제 이후에 6명의 대통령이 재임 중 친인척이 구속됐고 5명은 출당 당했다”며 “국정운영 체계를 바꾸는 개헌이 돼야 한다. 범국민개헌특위를 구성해서 정치와 별개 사안으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많은 분이 이 근본에는 결국 제도의 실패가 있다고 말한다”며 “이젠 허심탄회하게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직시하고 드러내놓고 토론해야 한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사실상 개헌에 반대하는 입장이라,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의 블랙홀로 작용하는 있는 지금 개헌론이 불붙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야당이 제안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문제와 맞물리면 개헌 특위 구성문제가 여야의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라는 주제가 큰 틀에서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에 대한 솔루션(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거국내각이라는 것이 거국개헌내각의 의미도 담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야당과) 대화도 나눠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