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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박근혜백` 폐업했는데…1600만원에 팔리는 `VIP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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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60)의 최측근 고영태 씨(40)가 2008년 설립해 운영해온 가방 제조업체 '빌로밀로(Villomillo)'가 재작년 8월 폐업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들었다는 타조가죽 핸드백과 비슷한 국산 제품이 1600만원짜리 초고가 명품으로 돌변해 여전히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질이 똑같은 타조가죽인 데다 디자인도 겉으로는 엇비슷해 보이는데 가격은 박 대통령 구입가보다 15배나 비싸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이날 오전까지 국내 가방 브랜드 '호미가' 홈페이지 'Best item' 항목에는 'VIP Bag'이라는 콘셉트 제품이 올라와 있었다.

이 회사는 해당 가방 소개에서 "최초는 언제나 유의미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 대한민국 최초로 탄생한 여성 VIP께서 착용하고 있던 모습이 한 기자의 사진기에 포착돼 한국 사회에 많은 화제를 일으킨 바로 그 핸드백.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지만 그 명성은 영원하다"고 홍보했다. 제품 가격은 1만4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6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취재에 나서자 이 회사는 이날 정오께부터 해당 제품을 홈페이지에서 돌연 삭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VIP가 착용했던 핸드백' 등이 잘못된 표현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애초 홍보 문구만 보면 누가 봐도 3년 전 화제가 됐던 소위 '박근혜 가방'을 암시케 한다. 박근혜 가방은 2013년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행사 등에 들고 나와 사진이 찍히면서 큰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 직후라 대통령 의상과 장신구 등에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었다. 당시 국내 명품 가방 브랜드 호미가 제품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조윤선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직접 나서 "국내 한 영세 업체가 만든 다른 제품"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후 해당 가방은 국가대표 펜싱선수 출신인 고영태 씨가 설립한 빌로밀로가 2012년 내놨던 가방으로 확인됐다. 영세 신생 회사였던 빌로밀로 가방을 대통령이 들게 된 배경에는 최순실 씨 '입김'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호미가 측도 논란이 일자 "얼핏 보면 만든 저희도 헷갈릴 정도로 디자인과 컬러가 유사하지만 저희 제품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호미가는 '박근혜 백' 원조 여부와 상관없이 유명세를 타게 됐다.

가방 브랜드로 호미가는 이미 상당한 명품 이미지를 구축한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이 영세한 빌로밀로 제품보다 이왕이면 제품 질이 보장된 호미가 가방을 선호한 것이다. 이처럼 반사이익이 생기자 "우리 제품이 아니다"며 부인했던 호미가 측도 아예 'VIP Bag'이라는 콘셉트를 들고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제품은 박 대통령이 당시 들고 나온 가방과 마노색(회색) 타조가죽의 도트 무늬까지 동일해 일반 소비자가 육안으로는 쉽게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문제는 가격이다. 당시 고씨가 판매한 가방 제품은 100만원 안팎에 불과했는데 호미가 제품은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더해 15배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한 패션디자인업계 관계자는 "가방 제품은 겉으로는 동일해 보이고 같은 재질의 가죽이라도 가죽 가격이 천양지차"라며 "마감 수준을 비롯해 애프터서비스(AS) 여부, 특히 브랜드 프리미엄은 여성용 핸드백 제품 가격을 결정짓는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 이런 '노이즈 마케팅' 덕분인지 이 회사는 실제 논란이 일었을 때를 시작으로 매출이 '껑충' 뛰었다. 호미가는 국내 주요 백화점은 물론 면세점에도 폭넓게 입점해 있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이 회사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83억원이던 매출이 박 대통령이 가방을 들고 나온 2013년 111억원으로 34% 급증했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1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일경제는 빌로밀로와 호미가 제품 중 어느 쪽이 먼저 만들어진 '원조'인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 금천구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호미가 본사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해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호미가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시점보다 훨씬 전에 우리가 디자인해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빌로밀로 측과 선후 관계에 대해서는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VIP Bag'이라는 콘셉트 제품에 대해서는 "이미 시중에 비슷한 디자인이 많이 출시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사진 설명=호미가의 `VIP Bag`에 대한 영문 소개 자료에는 가격이 1만 4000달러라고 표시돼 있다.(호미가 웹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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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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