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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미국 에이즈 최초감염자 오명벗은 여객기 게이 승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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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페이션트 제로' 주인공…지탄 속 1984년 사망

"에이즈 이미 1970년대 미국 창궐…뉴욕이 세계유행의 '허브'"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미국 첫 에이즈(AIDS) 환자로 창궐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게이 남성이 30여 년 만에 누명에서 벗어나게 됐다.

26일 BBC뉴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워로베이 아리조나대 교수와 리처드 맥케이 캠브리지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개탄 듀가스(1953~1984)가 미국 최초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프랑스계 캐나다인인 그는 오랫동안 첫 미국 에이즈 환자로 에이즈를 급속하게 확산시킨 것으로 언급돼왔다.

캐나다 항공 승무원이던 그가 여러 나라와 미국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문란한 성생활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언론 보도나 책 출간이 이어졌고 첫 환자인 그를 통해 미국에 에이즈가 퍼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뉴욕포스트 같은 신문은 1989년 신문 제목에서 그를 '미국에 에이즈를 준 남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질병의 첫 감염자를 지칭하는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라는 용어도 그로 인해 만들어졌다.

1984년 에이즈 합병증인 심부전으로 숨진 그에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캘리포니아 밖(Out-of-California)'에서 발생한 케이스라는 의미에서 알파벳 '오(O)를 붙였고, 이후 알파벳 'O'가 숫자 '0(Zero)'로 바뀌면서 '페이션트 제로(Patient Zero)'로 불렸다.

연구팀은 저장 중인 1970년대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이 시대에 이미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 전에는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에이즈 증상이 나타난 1981년이 미국 유입 시점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거주자 혈액 샘플 2천개를 분석한 결과 8개에서 HIV 유전자 정보가 발견됐고 이를 통해서 각 유전자의 가계도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 1970년 혹은 1971년을 미국 유행이 시작된 시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듀가스가 1970년대 수천명의 에이즈 환자 중 1명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듀가스의 HIV 바이러스가 다른 혈액 샘플에서 나온 HIV 바이러스의 '아버지'가 아닌 것도 밝혀냈다.

리처드 맥케이 교수는 "개탄 듀가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악마화된 환자들 중 한 명으로, 악의적인 의도로 에이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고 비난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사람의 '페이션트 제로'에만 집중하면 가난이나 법적·문화적 불평등, 공중보건과 교육에 대한 장벽 같은 중요한 구조적 요인들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미국의 뉴욕이 전 세계 에이즈 확산에 치명적인 허브 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이클 워로베이 교수는 "뉴욕에서 HIV 바이러스가 마치 마른 장작처럼 많은 사람을 만났다"며 "이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 만큼 많은 사람을 감염시켰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에이즈(AIDS)의 원인이 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세포 표면에 붙어 있는 HIV-1를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것.[AP 자료사진]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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