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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北 비핵화 가망없다" 클래퍼 발언에 美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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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부 "한반도 비핵화 달성 원칙은 불변" 즉각 진화나서]

- 클래퍼 "北核 동결 정도가 최선"

북한 핵보유국 인정 논란 불러… 정보·정책당국 미묘한 엇박자

외교부 "韓美 북핵불용 변함없어"

미국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25일(현지 시각)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생각은 가망이 없다"며 "(비핵화보다는 동결 등) 북한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즉시 "(미국의 북핵 정책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북한 핵 동결에 무게를 둔 듯한 클래퍼 국장 발언과 달리, 비핵화라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클래퍼 국장의 발언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대북 정책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태도 표명이 없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날 뉴욕의 미국외교협회(CFR) 세미나에서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국무부와는 온도 차가 났다.

이 자리에 있던 리언 시걸 미국사회과학원 동북아안보협력 프로젝트 국장이 "협상으로 북한 핵 개발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평가하느냐"고 묻자, 그는 "북한을 비핵화한다는 개념은 가망이 없다(lost cause)"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은 그들의 생존 티켓(ticket to survival)이다"고 했다.

조선일보

알래스카 눈보라 뚫고… F-15K, 美공군과 北 지휘부 타격 훈련 -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한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가한 우리 공군 F-15K 전투기들이 눈이 내리는 알래스카 아일슨 공군기지를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주행하고 있다. 한·미 공군은 북핵 위협이 현실화됨에 따라 북한의 지휘부와 핵 시설 등을 선제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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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언 시걸은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외무성 한성렬 부상과 비공개 접촉을 했다. 다음 달 8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워싱턴에선 북핵 해법을 놓고 '선제 타격론'부터 '협상 불가피론'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는 상황이다.

워싱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시험으로 전략적 상황이 변했으니 이제는 정책 목표와 수단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했다. 이날 세미나는 클래퍼 국장이 차기 대통령이 직면하게 될 주요 정보 관련 이슈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클래퍼 국장은 2014년 케네스 배 등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 석방을 위해 북한을 다녀온 경험을 거론하며 "북한에 가봐서 북한 눈으로 보는 세계가 어떤 것인지 좀 안다. 북한은 포위돼 있고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북이 핵 능력을 포기하는 것은 애당초 가능성이 없는 일(non-starter)"이라고 했다. 클래퍼 국장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북핵 능력 제한(cap) 정도인데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다고 그걸 할 리는 없으니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클래퍼 국장은 대북 접근 방식 중 하나로 "우리의 훌륭한 무기인 정보를 쓰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대북 확성기나 대북 전단에 대한 반응을 보면 북한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정보에 엄청나게 취약한데 이 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은 시험을 안 해봤기 때문에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북한도 미국도 잘 모른다"면서도 "무기를 장착한 미사일을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포함한 미국에 도달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클래퍼 국장의 발언에 대해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의지는 변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북한을 절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달성을 추구할 것이라는 뜻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했다.

[워싱턴=강인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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