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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극비' 외교문건까지…최순실, 어디까지 받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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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최순실 씨는 극도로 보안이 유지돼야 할 외교 관련 문건도 사전에 전달 받았습니다. 대선 핵심 인물들에 대한 인물평도 받아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외교문서에는 외부로 알려지면 큰 파장이 있을 만한 내용도 있었는데 그만큼 최 씨를 믿었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 모든 것들이 최 씨에게는 일찌감치 전달됐던 것이죠. 취재기자와 외교 관련 문건이 최 씨에게 넘어간 것의 의미를 짚어 보겠습니다.

서복현 기자, 일본과의 관계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매우 중요한 문제, 첨예한 문제, 미묘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 내용이 최순실 씨에게 넘어갔다는 것이잖아요?

[기자]

특히 당시 상황을 살펴봐야 겠는데요, 특사단이 파견 온 2013년 1월 4일 즈음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면요. 전 년도인 2012년 8월 달에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습니다. 이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크게 반발했었고, '다케시마의 날'을 현 행사가 아니라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해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결국, 연기하기로 했지만 민감한 사안이었고요. 또 특사단 파견 바로 하루 전에는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화염병을 던지고 중국인 류창 씨, 한국으로 왔었는데요. 일본에서는 일본 측으로 보내 달라, 중국에서는 중국으로 보내 달라, 그랬는데 결국 우리 법원은 중국으로 인도하는 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반발이 컸었습니다.

또 일본 특사단 파견 문제는 관심이 컸기 때문에 당시 공항에서는 이 파견에 반대하는 반일단체 회원이 자해하는 소동까지 벌어졌었습니다.

[앵커]

기억이 새록새록 다시 나는군요. 그런데 상황도 그렇고 대선 후에 당선인 신분으로 박 대통령과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당연히 특사단 접견, 그리고 비공개 대화 내용에 관심이 쏠렸던 것인데 문건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문건은 일본 측의 예상 발언 요지, 그리고 인사말, 일본 국내 정세, 한일 관계, 민감한 한일 관계 핵심 사안, 그리고 마무리 말씀 등 6개 항목으로 돼 있습니다. 이 중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일본 측 예상 발언 요지와 한일 관계, 민감한 핵심 사안입니다.

보도에서도 나왔지만 일본 측 발언을 예상하고 우리 측,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죠. 입장 표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런 부분이 적힌 시나리오 형식입니다.

[앵커]

과연 최 씨한테 이런 걸 왜 미리 보여줬을까, 이해는 안 가는데요. 그 시나리오에는 독도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앞서 보도에서 보셨지만 독도 문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 만큼 두 번이나 언급이 되었는데요. 일본이 "독도의 날" 행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입장임을 언급하면 미소로써 답한다는 내용이고요.

독도 문제가 면담 시 거론되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언급하시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돼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또다시 거론 자체가 문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언급이 불가피해도 '독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앵커]

독도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자?

[기자]

네, 그러니까 접견 당시에 독도 자체가 언급된 것을 피했던 거죠. 언급되었을 경우에는 일본과 또 언급이 되었고 또 이것이 알려졌을 경우 문제가 될 것을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 내용들이 거기 다 들어가 있었다는 거잖아요? 독도 문제는 국내 여론도 그렇고 국제적으로도 관심 사안인데 그냥 미소로만 일관하라고 했다는것도 상당히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네요. 다른 주제는 뭐가 있습니까?

[기자]

네, 위안부 문제가 나오는데요. 보도에서도 보셨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큰 틀에서 역사에 대한 일본측의 올바른 인식이 양국 관계 발전의 기본임을 언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이 담겼고요.

앞서 말씀드린 중국인 류창 씨의 중국 인도 결정은 한국 사법부의 독립적 결정이라고 거리를 두면서 "사법부의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도록 돼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인 표현 방식에 대한 내용들도 나온다면서요? 그 얘기로 들어가기 전에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이 최 씨로부터 건너갔다는 건가요?

[기자]

최 씨의 파일에서 나왔던 부분인 것이고요. 이 부분이 최 씨의 수정을 거쳐서 다시 전달되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는 겁니다. 물론 사전에 받아봤던 것이고요.

[앵커]

아무튼 매우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 촘촘하게, 치밀하게 시나리오가 준비됐다는 얘기로 받아들일까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까요?

[기자]

네, 이 시나리오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측의 깊은 고민이 담겼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서요.

예를 들면요, 외교부와 협의했다면서 첫 번째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라는 표현을 쓸 것인지,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라는 표현을 쓸 것인지, 아니면 역사갈등을 극복하고의, 이런 표현을 쓸 것인지, 이 세 가지 표현 중에 1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결론내렸습니다.

당선인이 기존에 말했던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와 의미가 동일하면서 일본 측도 반발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세세하게 만들어졌던 시나리오라는 것이죠.

[앵커]

그럼 실제는 어땠습니까? 이 시나리오대로 됐습니까?

[기자]

비공개 접견이기 때문에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공개된 내용만 보면요, 이 시나리오에는 2006년에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가 관방장관인 시절에 만났던 것을 언급하기로 되어있는데 실제 공개된 부분에서는 언급을 했습니다.

그리고 접견 이후 조윤선 당시 대변인은 '역사를 직시하여'라는 표현, 시나리오에서 나온대로 그대로 발표를 했습니다. 그리고 접견단은 당시 김성환 외교 장관이 면담했는데 이 때에도 류창 씨에 대해 김 장관은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상과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의 입장이 담겨있던 게 맞았던 거죠.

[앵커]

잠깐 짚고 갑시다. 이것을 최순실 씨가 수정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하더라도 외교문제에서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여태까지 얘기한 모든 얘기들이, 위안부 문제이든, 독도 문제이든, 또 중국 사람 문제든, 굳이 사전에 어떻게 다른 데로 나갈 수가 있느냐 하는 문제 제기잖아요. 외교적으로도 그렇고, 여론을 봐도 그렇고 여러가지 민감한 이슈가 많이 담겼네요. 이해가 잘 가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기자]

네, 아주 민감하고 극도의 보안이 지켜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약에 외부로 알려질 경우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고요. 혹시 일본 측이 먼저 알게 된다면 우리의 외교 정책 카드 하나를 잃어버릴 수 있는 그런 문제거든요.

[앵커]

그게 핵심이죠.

[기자]

예. 그런데도 접견이 있기 9시간 전에 최순실 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앵커]

직전도 아니고.

[기자]

물론, 이 파일을 받아본 다음에 최 씨의 의견이 반영이 되었는지, 아니면 수정된 안이 추가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 부분도 충분히 또,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앵커]

수정이 됐는지 안 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전달되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수정이나 그 어떤 목적이 없다면 뭐하러 그럼 전달이 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이 원고에 대해서는 어떨지 몰라도 최소한 수정을 목적으로 전달이 됐을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저희가 첫날부터 보도해드렸던 내용들이고.

중국 특사단 추천 부분도 얘기 해보지요?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과 정문헌 의원이 명단에 있는데 정 의원에 대한 평가가 눈길을 끄는군요.

[기자]

조원진 의원에 대해서는 열심히 한다고만 돼 있고 정 의원에 대해 NLL 이슈로 대선에 기여했다고 돼 있는데요. 이 부분은 박 대통령으로서도 매우 민감한 부분입니다.

특사단 추천 의원 명단 자체가 민감하지만요. 특히 대선 전 정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해서 논란이 됐고 나중에 검찰 수사까지 받았습니다.

정 의원은 이후에 검찰이 약식기소를 했다가 봐주기 수사 논란 일었고 결국 법원이 정식재판에 넘기기도 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는 정 의원의 발언이 사전 조율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는데 대선 당선 후에는 대선에 기여했던 것을 인정한 겁니다. 이런 민감한 내용까지 최 씨에게 갔다는 겁니다. 최씨는 특사단 파견 일주일 전에 이를 받아봤는데요. 보고 어떤 의견을 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만 왜 이것이 갔는지는 한 번 짚어봐야 합니다.

[앵커]

대선에 기여했다라는 표현이 사전에 의견을 맞춰서 기획되었기 때문에 기여했다고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 다만 그것이 대선에 기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 하는 논란은 충분히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정 의원 같은 경우에는 결국 유죄가 인정돼서 벌금형을 인정받았는데요. 대선에 기여라고 표현한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지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다보스 포럼 특사 추천 문건에서도 유력 인사들이 등장하는데요. 인물평까지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이 인물평은 당사자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러니만큼 비밀유지에 신경을 썼을텐데 어찌된 일인지 이 내용도 최순실 씨에게는 건네진 겁니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 대해서는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해 외부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면서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기지 않더라도 다보스포럼에 특사로 보내면 예우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고 돼 있고요.

김성주 전 공동 선대위원장은 기업인으로 선대위원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경제계 인사들이 주축인 다보스 포럼에 당선인 특사로 갈만하다. 친화력도 있고, 여성으로 상징성도 있으나 정책을 잘 알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민감한 인사 내용이 다 들어가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좀 더 전해드리면요,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은 선거 때 총괄본부장으로 수고했고, 차기 정부에서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김무성도 고려해보실 만한 카드라고 돼 있습니다.

물론 이 인물들이 아닌 이인제 전 의원이 나중에 낙점됐는데요. 그렇지만 문제는,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무엇이냐면, 대선 때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이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한 작성자, 그리고 또 이 내용을 공유했던 사람도 보통사람은 아니라는 건데 이게 최 씨가 본 것을 볼 때 최 씨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앵커]

거론된 세 사람이 지금 이 뉴스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지 참 궁금한 생각이 듭니다. 특히 김종인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할지, 이미 이때 새정부 출범해도 중책은 안 맡기는 거로 나오고 있으니까… 모르겠습니다. 그때 본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알겠습니다. 오늘 새로운 내용이 또 많이 나오네요. 서복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서복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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