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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손정의 “특이점 대비 위해 100조원도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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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 산타클라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RM 테크콘 2016’ 행사에서 ‘싱귤레러티가 오고 있다’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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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순간(싱귤래리티,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인류에 정말 큰 기회다. 1000억달러 펀드도 적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에서 밝힌 ‘뉴 비전’이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제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신산업을 창조할 것이란 예측이다.

손 회장은 이날 미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240억파운드(약 35조4000억원)에 인수를 마무리 한 영국 반도체 회사 ARM의 인수 배경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함께 조성하는 1000억달러(약 113조 4000억원)의 방향에 대해 처음으로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의 매일경제와 영국 파이넨셜타임즈, 일본 니혼게이자이, 미국의 블룸버그 등 글로벌 기자단 10명만 초대됐다.

손 회장은 간담회에서 ARM이란 회사를 인수합병 한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인수합병했다고 밝혔다. 그는 “큰 패러다임 쉬프트가 오고 있다. 그것은 싱귤레러티가 오고 있다는 것으로 이것은 나의 기본적인 비전이다. 최근 조성을 발표한 1000억달러 펀드로 스프린트, ARM과 같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빅딜은 1~2건, 20~50억달러 규모의 투자는 여러 건,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는 더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다음 패러다임에 투자하기 위해 회사를 팔기도 하고 빚을 내기도 한다. 지금이 그 시기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빚의 제왕(King of Dept)’이다. 4~5년마다 제법 규모가 있는 투자와 인수합병을 성사시킨다. 야후 재팬, 스프린트, ARM이 그 회사 들이다”고 덧붙였다.

손정의 회장은 젊을 때 50년 인생 계획을 세워 실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20대 이름을 알리고 30대 사업 자금을 모으며 40대 승부를 걸고 50대 사업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60대엔 다음 세대에 경영권을 넘긴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경영권을 넘기기 위해 후계자(니케시 아로라)를 선택하기도 했으나 패러다임 쉬프트 시기를 앞두고 후계자를 퇴진시키고 은퇴를 미뤘다.

손정의 회장이 보는 ‘싱귤래리티’는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이 결합 돼 슈퍼 인텔리전스를 만드는 시기다. 이것이 교통, 헬스케어, 바이오, 금융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가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때문에 그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 국부펀드가 조성한 1000억달러도 적다는 생각도 밝혔다. 손 회장은 ”1000억달러는 시작일 뿐이다. 다가오는 정보 혁명은 너무 엄청난 기회여서 1000억달러도 충분치 않다“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를 ‘바둑’에 비유했다. 그는 “사람들은 시너지를 얘기한다. 하지만 나의 접근법은 다르다. 나는 기술이 어디에서 진화하는지 보고 있다. 아마추어 바둑 기사는 눈앞의 영역을 장악하기 위해 돌을 두지만 챔피언이 되려면 멀리 내다보고 포석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왜 저런 포석을 하지라고 의아해 하지만 게임이 끝날 때 쯤 묘수였다고 평가를 받는다. 나는 20년~50년간 길게 보는 승부를 한다. ARM 인수 등은 훗날 그런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3위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최근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가 미디어 회사 타임워너를 약 97조원에 인수하는 메가 딜 계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내건을 거부한 적이 있다. 만약 AT&T가 타임워너 합병을 승인한다면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 있는가?”라고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스프린트를 220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4위 통신사 T모바일 합병을 염두해두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것. 그러나 미국 당국은 반독점규제법에 위반된다며 반대, 합병이 무산 된 바 있다. 손정의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결국 스프린트 인수는 실수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20대로 돌아가면 무엇을 하겠나?”는 매일경제의 질문에 “지금은 미친 기회의 시기다. 매일같이 아이디어를 떠올려 벤처캐피털(VC)에 가서 사업계획서와 비즈니스 모델을 피칭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싱귤래리티 시기에 대비하기 갖출 덕목에 대해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한다. 그리고 과거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미래를 상상하며 구체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팀이 지원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용어 설명>

▷싱귤래리티(Singularity) : 질적 도약이 생기는 특정 시점(특이점)을 뜻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를 상징하는 용어로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서는 기점’을 의미한다. 미래 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싱귤래리티 도래 시점을 2045년이라고 예언했다.

[산타클라라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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