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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핼러윈 데이'에 분통 터지는 부모들…내 지갑도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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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0월31일 ‘핼러윈 데이’를 무시하자니 마음 한구석이 걸리고 따라가자니 경제적 부담 때문에 고민이 적잖다는 우리나라 학부모 이야기가 최근 기사로 나온 적 있다.

중국도 비슷하다. 유치원 다니는 자녀의 핼러윈 데이 준비로 각종 소품을 사느라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탓에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다고 부모들이 호소했다. 일부는 동양과 전혀 상관없는 서구 문화가 어린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중국 인민망에 따르면 최근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 시의 한 쇼핑몰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핼러윈 데이를 맞아 아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소품을 사던 중이다.

세계일보

부모들은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핼러윈 데이를 향한 불편한 기색부터 드러냈다.

유치원생 아이를 둔 남성은 “핼러윈 데이는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기념일이냐”며 “아이가 유치원에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는 탓에 소품을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쓰는 소품은 내년에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며 “고스란히 버리는 게 낭비가 아니고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여성은 “추석이나 크리스마스 등은 이해하지만 망할 핼러윈은 도대체 근본이 뭐냐”며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 소품 구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양의 사고방식이 깃든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미국 체류 경험이 있다던 남성 장씨는 “핼러윈 데이를 맞아 친구들의 초대를 받은 적 있다”며 “그들은 나름 핼러윈을 즐겼지만, 내게는 공포스러운 느낌만 들었다”고 말했다.

장씨는 문화적 상대성을 인정했다. 무조건 핼러윈 데이를 배척한 건 아니다. 그는 서구 문화가 핼러윈 데이에 녹아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중국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핼러윈 데이가 어린이들을 부추기는 게 못마땅할 뿐이다.

한 유치원 교사는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유치원에는 외국인 교사가 많다”며 “어린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고 핼러윈 데이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크리스마스처럼 핼러윈 데이에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야단법석으로 치부하시는 부모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교육 전문가는 “예전에는 핼러윈 데이가 단순한 서구권 행사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에 걸쳐 행복과 긍정의 기운을 내뿜는 계기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과연 부모들은 그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세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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