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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년 전과 달랐던 결정적 하나, 해커는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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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위치는 1년 전과 달랐다. 또 한 계단을 올랐다. KBO리그 4년차, 한국시리즈에 서게 됐다. 팀도 1년 전과 달랐다. 더 성장했고 더 강해졌다. 가을야구 징크스마저 깼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해커의 바뀐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플레이오프 MVP 수상자는 박석민. 유효 투표수 25표 중 22표를 획득했다. 플레이오프에서 2안타뿐이지만 2,4차전의 결승 홈런으로 임팩트가 컸다. 그런데 멋쩍게 웃던 그의 첫 수상 소감, “해커가 MVP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남은 3표는 해커를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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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는 1년 전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 모드’였다. 그의 호투 속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사진(잠실)=김영구 기자


박석민의 발언대로 해커는 대단했다. 1,4차전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93(14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닷새 사이 2경기에 나가 모두 7이닝을 책임지면서 불펜과 타선이 더 힘을 낼 수 있게 했다. 해커는 승리의 아이콘이었다. NC는 1,4차전을 모두 뒤집기로 가져가면서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이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해커는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두 얼굴이었다. 다승 1위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지난해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번도 아니고 2번이나. 그에게 가을야구는 혹독했다. 평균자책점이 7.11에 이르렀다. 5이닝 이상 소화한 게 딱 1번. 그마저도 1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따름이다.

절치부심. 해커는 1년 전과 달랐다. 지난 21일 1차전에서 6회초 2사까지 노히트 피칭이었다. 불운한 피홈런 2개와 야속한 타석 무득점 지원이 있었지만 그의 역투는 완벽에 가까웠다.

NC는 지난해 선발투수 3명(해커·스튜어트·손민한)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짧은 휴식 후 등판은 악수였다. 믿었던 해커와 스튜어트는 4,5차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NC는 이를 고수했다. 이번에도 3선발 체제(해커·스튜어트·장현식)였다. 불미스러운 일로 투수 자원이 부족했지만 해커의 자원도 컸다. 벼르던 해커는 1,4차전에 맞춰 단단히 준비했다.

해커는 1차전에서 8회까지 마운드에 올랐다. 6회까지만 막아줘도 최상이라던 김경문 감독의 기대치를 넘어섰다. 실전 감각 우려도 지웠다. 빠르면서 예리한 공으로 LG 타선을 압도했다. ‘언터처블’이었다.

NC가 싹쓸이를 할 경우, 해커의 4차전 등판은 없던 일이다. 단, 7회까지 NC는 0-1로 끌려갔다. 해커는 1년 전 1차전에서 4이닝 만에 강판했다. 투구수는 66개에 불과했다. 4차전 등판을 고려한 교체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박빙의 승부에 호투하던 해커(7회까지 95구)를 빼기 어려웠다. 포스트시즌 첫 승에 대한 배려도 숨어있지만. 1점도 지원 받지 못한 해커는 승리투수가 못 됐으나 기선제압의 초석이 됐다.

NC가 24일 3차전을 놓치면서 해커는 이튿날 4차전에 등판해야 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휴식은 3일뿐. 더욱이 31개의 공을 더 던졌다.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다.

4차전 향방은 해커에 달렸다는 내부의 목소리는 괜한 게 아니다. 이번에는 긴 이닝보다 호투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커가 무너질 경우, NC는 1년 전의 악몽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김 감독은 “해커가 잘 던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선발투수가 3일 휴식 후 4일 만에 등판해 공을 던진다는 건 쉽지 않다. 피로는 덜 풀린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나흘 만의 등판이라 걱정이다. 선수는 괜찮다는데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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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는 1년 전과 달리 플레이오프에서 ‘에이스 모드’였다. 그의 호투 속 NC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김경문 감독(왼쪽)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해커도 1차전(65S-32B) 같은 칼날 제구가 아니다. 중반까지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엇비슷했다(최종 57S-48B). 구속도 떨어졌다. 피안타도 늘었다. 홈런이 없을 뿐, 장타 비율도 높았다. 1회부터 5회까지 계속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낼 정도로 위태로웠다.

무실점 피칭까지 바라기 어려웠다. 예상은 2,3점정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 그런데 해커는 단 1점만 내줬다. 이번에도 기대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LG의 기운이 셌다. 초반 대량 실점과 함께 분위기를 뺏길 경우 어려울 수 있었는데 해커가 잘 막아줬다”라고 호평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은 해커였다. 꿋꿋이 버텨냈다. 1년 전과는 전혀 달랐다. 6회말까지만 해도 1점차 승부였다. 그 가운데 중심을 잡아줬다. 그리고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던 그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그의 호투는 신호탄이었다. 좀 늦더라도 결국 터지는 타선을 부르는.

해커에겐 1년 전과 같은 일정이었다. 장소도 먼저 마산구장에서, 그 다음 잠실구장에서 나갔다. 상대가 두산이 아닌 LG였을 뿐. 다른 게 있다면 해커의 준비자세. 또 하나는 해커의 피로.

해커는 지난해 204이닝을 소화했다. 2013년(178⅓이닝)과 2014년(172⅔이닝)에는 180이닝 미만이었다. 올해(140⅔이닝)는 팔꿈치가 불편해 2달을 쉰 게 도움이 됐다. 최 코치는 “지난해에는 아무래도 많은 이닝으로 피로가 누적된 면이 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힘이 있다”라고 말했다.

삼세번은 달랐다. 준비된 활약이었다. 지난 교훈은 발전적 계기가 됐다. 노하우도 쌓였다. NC가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25일, 해커도 개인 첫 포스트시즌 승리투수가 됐다. 믿기지 않는 하루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플레이오프 통과’를 실감했다.

해커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가 준비한 건 플레이오프 때까지가 아니다. 한국시리즈도 바라봤다. 해커는 “아직 한국시리즈가 남아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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