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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껑충 뛴 전셋값..강북 세입자들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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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서대문구 14%, 은평구 11%↑

용산·마포·종로도 10% 가까이 상승

강남 규제카드에 '풍선효과' 불안감도

가계빚 줄이려 공공분양 대출도 막자

무주택자들 내집마련도 더 어려워져

"맞춤형 임대 중장기 공급계획 필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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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사는 김화영(여·가명)씨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집주인이 전셋값을 1억원 더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게 말이 되느냐”고 사정했지만 집주인은 “주변 시세에 맞추는 것 뿐”이라며 “전셋값을 못 올려주면 나가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 주변 아파트 전셋값이 너무 올라 2년 전 시세로는 도저히 인근의 다른 집을 알아볼 수 없었던 김씨는 추가 대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전셋값이 더 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서울 아파트 아파트값이 치솟으면서 전세 계약 만료가 다가온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것에 정책을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작 무주택 서민들은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이다.

◇강북권 대부분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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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10월 21일 기준 3.3㎡당 1273만 8000원으로 지난해 4분기(3.3㎡당 1204만 5000원)보다 5.8% 올랐다. 지난해 4분기 전용면적 84㎡ 아파트에 사는 세입자가 내는 전세금이 4억 150만원이었다면 올해 4분기(4억 2130만원)에는 약 2000만원을 더 줘야 전셋집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세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울 서대문구로 3.3㎡당 전셋값이 일년 새 1026만 3000원에서 1178만 1000원으로 무려 14.8%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서대문구 래미안남가좌 2차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전용 84㎡형(9층)이 4억원에 전세계약됐으나 올해 7월에는 5억 1000만원(10층)으로 거래돼 불과 8개월 만에 가격이 1억 1000만원 뛰었다. 인근 사랑공인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는 많은데 물건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라며 “래미안남가좌 2차 뿐만 아니라 어디든 상황은 비슷할 것”고 말했다. 실제로 은평(11.8%)·성동(10.2%)·용산(9.4%)·마포(9.0%)·종로(8.7%)·동대문구(8.6%) 등 강북권 대부분 지역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높았다.

반면 강남(0.5%)·강동(1.8%)·송파(2.4%)·강서구(2.7%) 등은 전셋값 상승률이 서울시 평균에 못 미쳤다. 강남구는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노후 아파트 단지가 밀집돼 있어 전셋값이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고, 강동·송파구는 위례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주변 택지지구에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강서구의 경우 빌라 공급 등이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한풀 꺾인 상태다.

◇집값 상승과 강남 규제에 속타는 세입자

서민들의 주거 고통은 심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예 손을 놓은 상태다. 그동안 정부의 전·월세 대책은 무주택자가 매매로 전환할 수 있도록 디딤돌대출 및 생애최초구입자의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등 저리 대출을 해주거나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공공임대 등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으로 기조가 바뀌면서 폭탄을 맞은 것은 무주택자 서민이라는 평가가 많다.

정부가 8·25 대책에서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겠다고 하자 시장은 기존 주택 가격이 오르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집값 상승은 곧바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보금자리론은 사실상 은행에서 취급을 하지 않게 됐고 공공분양 주택의 중도금 대출도 중단됐다. 얼마 전 하남 감일지구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다가 중도금대출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 청약을 포기한 이모(45)씨는 “감일지구 공공분양에 청약할 생각으로 청약저축통장에 꾸준히 돈을 납입해왔고 3년 동안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했는데 모두 헛수고가 됐다”며 “공공분양주택은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 정책 물량인데 4억원을 대출 없이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을 서민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최근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 역시 전셋값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마포와 목동 등 강남 외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있어 전셋값 역시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과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큰 틀에서 주거 안정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정부는 청년·노인 등 수요층에 맞는 맞춤형 임대주택 공급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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