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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건 블랙박스] "난 미모의 외국 장교"… 남성들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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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채팅하며 군복·속옷차림 사진

"결혼하자" 이메일도… 한국男 4명 돈 뜯겨

일당 잡고보니 카메룬 남성

경찰 "국제 사기단"

조선일보

부산에서 인테리어업을 하던 정모(40)씨는 지난 7월 말 인터넷으로 채팅하다 영국 간호 장교 '수잔 펄슨'이라는 여성을 알게 됐다. 서른한 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정씨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군복〈사진〉·속옷 차림 사진이나 '당신과 결혼해 한국에 살고 싶다'는 글을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정씨는 지난 8월 이 여성이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시리아에 가는데 생활비 등으로 100만원쯤이 필요하다'고 요청하자 돈을 부쳐줬다. '작전 중 부상을 당했다'며 병원에 누워 있는 사진을 받았을 땐 치료비를 보내는 등 모두 2400만원쯤 송금했다.

이 여성은 지난달 정씨에게 '수색 작전을 하다 5000만달러(약 567억원) 돈뭉치를 발견했는데 이 중 500만달러(약 56억원)가 내 몫이 됐다'며 돈다발 사진을 보냈다. 또 '세관 통관을 피하려고 한국군 당국으로 돈을 보냈으니 자금 세탁·반출을 돕기로 한 영국 외교관을 만나 5만달러(약 5600만원)를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사진 속 돈뭉치가 까맣게 칠한 종이처럼 보이는 점이 수상해 신고했다. 경찰은 정씨와 함께 부산역으로 가서 영국 외교관 행세를 하며 돈을 받으러 온 카메룬인 M(45)씨를 붙잡았다. M씨의 휴대전화 조사 결과 정씨와 같은 피해자가 3명 더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유부남이었다. 서울에 사는 이모(58)씨는 미국 여자 간호 장교를 사칭한 이메일에 속아 6600만원을 떼인 상태였다. 그는 미국 외교관을 사칭한 M씨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1만5000달러(약 1700만원)를 주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1000만~2000만원가량을 뜯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M씨는 관광 비자로 입국한 뒤 "동성애자여서 모국에서는 살 수 없다"며 난민 신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에게 보낸 여성 사진들은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이었다. 김병수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국제 이메일 사기단은 카메룬·세네갈·토고 등 여러 나라 공범으로 이뤄져 있다"고 말했다.

[부산=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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