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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현장에서] 박수받지 못한 삼성전자 갤노트7 보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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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으로 바꿀 때 제값 다 내야

갤노트7 소비자 “실질 혜택 없어”

독특한 스마트폰 유통 구조도 한 몫

중앙일보

박태희 산업부 기자


삼성전자가 24일 내놓은 갤럭시노트7 소비자 추가 보상책이 싸늘한 여론에 부딪혔다. 삼성전자 뉴스룸과 뽐뿌·클리앙 같은 각종 스마트폰 커뮤니티에는 보상책의 미흡함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추가 보상책은 ‘노트7을 S7이나 S7엣지로 교환한 뒤 12개월간 사용하면 반값에 되사준다’는 게 골자다. 소비자 불만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9개월 전 출시돼 지금은 3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S7·S7엣지를 12개월간 37만원을 내고 쓰라는 건 보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이 내놓은 프로그램에서 월 7만5000원 요금제를 쓸 경우 S7의 기기값은 월 3만5000원이 된다. 소비자는 12개월간 기기값 37만원을 내야 한다.

소비자들은 향후 S8이나 노트8으로 바꿀 때 제값을 다 내야하므로 ‘얼리 어답터’인 노트7 소비자들에게 실질 혜택이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또 12개월간 무조건 쓰도록 한 건 렌탈 사업이지 소비자 실질 혜택은 없다는 불만이다. 불과 한 달여 전 삼성전자는 ‘문제가 있든 없든 전량 리콜’을 선언하면서 “위기 속에서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역대 글로벌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통 큰 리콜’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이렇게 소비자 불만이 나올게 불 보듯 뻔한 추가 보상책을 내놨을까.

시계를 지난 20일로 돌려보면 답은 쉽게 찾아진다. 이날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동통신 대리점을 방문했다. 미래부는 이 방문을 “노트7 교환·환불과 관련해 소비자 불편과 유통망 애로를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삼성과 이통사들에게 추가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미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의 현장 방문에 삼성전자는 추가 보상책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경쟁도 삼성전자를 압박했다. 21일자 일부 신문들은 “삼성전자가 노트7을 향후 갤럭시S8 신제품으로 바꿔 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기정 사실화해 시장 기대치를 높여 놓으면서 삼성전자의 부담은 더 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상 프로그램은 특정 국가에서만 시행하면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일단 시행하면 글로벌 시장에 확대 적용할 수밖에 없어 애초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하는 게 보상 프로그램”이라고 털어놨다. 추가 보상책만해도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손해가 적지 않다. 공장을 가동해 출고가 84만원짜리 S7, S7엣지 50만대(노트7 보유자 수)를 만든 뒤 이를 1년 만에 거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통사가 붙여주는 온갖 보조금, 할부금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혜택을 체감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독특한 스마트폰 판매 구조 덕에 팔 때는 쉬웠지만 회수나 보상은 그만큼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손실을 각오하고 내놓은 추가 보상책 앞에서 고객들의 마음은 오히려 얼어붙고 있다. 추가 보상책은 삼성전자에 없던 숙제를 또 안겼다.

박태희 산업부 기자 adonis55@joongang.co.kr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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