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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드 이슈] 중국·바티칸 수교 급물살… 13억 복음시장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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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국무원장 파롤린 추기경

언론인터뷰서 “수교 협상 중” 인정

2014년부터 관계 개선 급진전

주교임명문제도 합의 임박 관측

인권문제 등 논쟁 소지 남았지만

교황도 “중국과 관계 정상화할 때”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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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와 바티칸 교황청 간의 수교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흘러 나오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계에서는 중국·바티칸 수교가 실제 이뤄진다면 ‘13억 복음시장’이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티칸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최근 이탈리아 가톨릭 매체 ‘아베니레(Avvenire)’와의 인터뷰에서 수교 협상 중임을 인정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중국 가톨릭 교회는) 충분히 중국화된 동시에 온전한 가톨릭”이라며 “중국 사회에 어떤 위협 요소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좋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이에 관측통들은 중국·바티칸 수교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출신인 파롤린 추기경(61)은 1980년 사제품을 받은 후 오랫동안 대외 분야에서 일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해인 2013년 10월 국무원장에 임명돼 교황의 외교정책을 총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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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하고 있는 파롤린 추기경.


페레디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도 홍콩 펑황TV와의 인터뷰에서 “바티칸은 베트남과도 비슷한 문제로 협상한 경험이 있다”며 “좋은 중국 국민인 동시에 좋은 천주교 신도가 될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절대 충돌하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은 ‘누군가 나에게 중국을 방문할 것이냐고 물으면, 내일이라도 갈 수 있다고 답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홍콩교구장 통혼 추기경도 지난 8월 “중국과 바티칸이 주교 임명 절차에 관해 대략 합의에 이르렀다”며 수교 임박설을 인정했다.

중국과 바티칸 관계는 바티칸이 대만 정부를 인정한 1951년 단절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여름 한국 방문 당시 중국 영공을 통과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국민들에게 축복의 메시지가 담긴 전보를 보내는 등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해왔다. 중국 당국도 자국 가톨릭 교회에 종교의 ‘중국화’(sinicization)를 적극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양쪽의 쟁점은 주교 임명 문제였는데 합의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바티칸에 제출하는 주교 후보자 명단에 ‘동의권’을 행사하고, 바티칸이 결정하는 방식이다. 베트남 천주교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교황이 보편적 교회일치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중국 가톨릭교회(정부 승인을 받은 주교회의)가 후보를 추천하면 승인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국 언론 일각에서는 “대만 문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 때문에 베트남 형식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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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입장에선 바티칸과의 수교가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다. 수교 자체가 종교 자유가 없다는 국제적 비난을 피하는 방패막이가 된다. 교황청의 중국 인권 문제 거론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교황청도 중국 요구대로 대만과 단교해야 한다. 이럴 경우 대만 고립 강화라는 부수입까지 얻는다. 물론 중국으로선 가톨릭 신자의 증가로 인한 정치적 부담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나 교회는 통제 범위에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이다. 아직 어느 쪽이 더 이익일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중국 정부와 교황청은 이념과 과거를 덮어두고 우선 전향적으로 나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간 교황청에서는 중국과의 수교 문제를 놓고 거물급 추기경들 간에 격한 토론이 이어졌다. 중국의 인권 문제와 종교 자유 문제를 계속 비판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감안해 일단 수교하고 차후 해결해나가자는 온건파로 갈렸다. 그러나 교황은 “지금은 중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해야 할 때”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수교 초기에는 중국 당국의 통제로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결국 ‘13억 복음시장’은 열릴 것으로 바티칸은 예상하고 있다.

파롤린 추기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교황은 정치 지도자도, 다국적기업의 CEO도 아니다.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자 보편 교회의 목자다. 교황의 유일한 관심은 복음 선포”라고 말했다. 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잇따른 서방 세계 테러가 종교전쟁 아니냐는 시각과 관련해 “그들의 폭력에 그리스도인보다 무슬림이 더 많이 쓰러졌다”며 동의하지 않았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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