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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와대 조직적 공모 아니면 시스템상 ‘유출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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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부속실만 개인 메일 가능 컴퓨터

이마저도 보안부서에서 ‘감시’

7월 퇴직한 연설문 담당 비서관

사석에서 “연설문 이상해져 돌아와”



한겨레

최순실씨 컴퓨터에서 발견된 ‘청와대 파일’ *이미지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발언 자료가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게 사전에 전달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 연설문 작성 및 유출 경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공개회의 연설문은 경제, 교육문화, 고용복지 등 각 수석실에서 초안을 올리면 이를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모아 최종본을 작성하게 된다. 연설문이 대략 완성되면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들이 모여 돌려보며 의견을 교환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주요 연설을 직접 수정 및 첨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청와대 참모는 “박 대통령은 연설문의 단어, 조사 하나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은 사석에서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해 올리면 이상해져서 돌아온다’는 어려움을 호소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머니투데이>가 25일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의 또다른 지인은 <한겨레>에 “이정현 수석이 있을 때까지만 해도 견딜 만했는데 그 이후로는 견디기가 어렵다는 말을 그가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 7월 청와대에서 건강을 이유로 갑작스레 퇴직해 현재 한국증권금융에 상근감사로 재직 중이다.

청와대 내부 문서가 최씨 손에 넘어간 과정 또한 구체적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씨에게)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 시인했으나 어떤 방법으로 의견을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개인 전자우편을 사용할 수 없다. 청와대 안에서 작업한 문서는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내려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최씨에게 자료가 넘어간 경로는 청와대 공식 전자우편 계정을 통해 최씨의 개인 메일로 전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청와대 직원들은 청와대 외부인에게 이메일을 보낼 경우, 이를 모두 총무비서관 산하 전산팀에 소명을 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산팀 산하 사이버보안 관련 부서에서 이를 모두 점검한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부속실 안에는 일반 전자우편 전송 등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가 이 컴퓨터를 이용해 자신의 개인 메일로 최씨에게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모두 청와대 사이버 보안부서에서 메일 전송내역을 확인한다.

청와대 자료가 최순실이라는 ‘외부인’에게 지속적으로 전달됐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동의와 지시, 청와대의 ‘조직적 공모’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의 정용화 전 연설기록비서관은 “대통령 연설문 유출은 엄청난 국가기강 문란이고 국정농단이다. 대통령 말씀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 자체도 문제고, 공적 라인에 있지 않은 일반인이 연설문을 첨삭하고 좌지우지했다는 건 조선시대에도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서영지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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