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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동물 굶기고 때려 죽여도…"처벌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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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 그 지독한 고리를 끊자] ③동물보호법 개정의 필요성

한국은 동물학대에 관대한 나라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명 시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지만 동물학대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의 몸과 영혼을 잠식하는 동물학대의 질긴 고리는 과연 끊을 수 없는 것일까. ‘동물학대, 그 지독한 고리를 끊자’ 시리즈 기사를 통해 한국의 동물학대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근절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모색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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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콜리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된 후 동물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 케어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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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지난해 충남 아산시의 한 재활용센터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재활용센터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매일같이 들려오는 끔찍한 소리에 공포를 느껴야 했다. 소리를 따라 재활용센터를 찾은 주민들의 눈앞엔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 개 두 마리가 있었다.

매일 동네에 울려 퍼지던 비명은 재활용센터 사장이 휘두르는 몽둥이에 폭행을 당하는 콜리 두 마리가 내지르는 고통의 울부짖음이었다. 주민들은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는 콜리를 구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그들에게 "그러면 안 된다"는 경고만 하곤 그 자리를 떠났다. 결국 한 동물보호단체가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개 두 마리를 구조했지만 한 마리는 학대 후유증으로 올해 초 사망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척추와 다리를 다쳐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주인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수의사회(회장 김옥경), 서울시수의사회(회장 손은필), 경기도수의사회(회장 이성식), 인천시수의사회(회장 윤재영), 한국동물병원협회(회장 허주형), 한국고양이수의사회(회장 김재영), 버려진동물을위한수의사회 등 수의 단체들은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의 동물병원에 동물보호법 개정을 적극 지지하는 현수막을 게시할 것이라고 24일 밝혔다. 현수막엔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동물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며 동물보호법 강화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처럼 전국의 수의사들이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한 데는 1991년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이 '있으나 마나한 법'이라는 끊임없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것엔 국민들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과 동물복지를 위한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92.9%가 찬성했고, 71.7%가 국내 동물보호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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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끔찍한 학대로 심한 화상을 입은 채 구조된 개 '보담이'. 주인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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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국민 모두 동물학대 처벌 수위가 형편없으니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동물이 사람에게 학대를 당해 죽거나 장애를 얻어도 처벌에 이르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게 한국의 현 주소다.

실제로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학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건은 287건인데 그 중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건이 절반 이상인 155건에 이른다. 고의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 케어(대표 박소연)의 김은일 입양센터 팀장은 "동물 학대자를 고발해도 처벌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면서 "먹이나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이 죽기 직전에 이르러도 죽지 않았다면 학대로 인정하지 않고, 죽었더라도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학대로 인정하지 않는 게 한국 법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처벌 수준도 너무 가볍다. 현행법은 아무런 이유 없이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일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솜방망이 처벌이 관행화돼 있기에 잔혹한 방법으로 동물을 살해하는 등 중죄를 저질러도 고작 몇 백 만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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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나 물을 주지 않아 동물이 죽기 직전에 이르러도 죽지 않았다면 학대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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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인 건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동물을 하나의 생명이 아닌 물건, 즉 한 사람의 재산으로 보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2013년 한 남성이 기르던 반려견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창밖으로 던져 죽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동물보호단체는 구조한 개 한 마리를 남성에게 돌려줘야 했다. 사실은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했지만 그 행위가 절도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는 달리 선진국은 동물학대범은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동물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대표 임순례)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실제로 미국 일부 지역은 동물학대가 일어나면 그 지역의 아동보호기관에 학대가 일어난 곳을 알려주고 그곳에서 아동학대가 발생했는지 확인하게 한다"면서 "선진국은 동물학대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대를 막는 예방 활동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물학대야말로 유아학대와 다를 바 없는 저열한 범죄"라면서 "대폭 향상된 국민들의 의식 수준에 맞게 실효성이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하는 건 물론 보수적이고 진전이 느린 사법기관의 의식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물학대, 그 지독한 고리를 끊자] ① 줄지 않는 동물들의 고통
▶ [동물학대, 그 지독한 고리를 끊자] ② 입양 안 되는 장애견

ssunh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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