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취재파일] '특혜채용 의혹' 금감원, 초유의 공개 감찰 사태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의혹 취재기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결국 칼을 빼어들었다. 감찰과 감사, 두 가지 검(劍) 모두를 꺼냈다. 검은 인사부정을 저지른 임원을, 또 다른 검은 부정을 가능케 한 허술한 제도를 겨누고 있다. 뜻밖의 ‘발검’은 2년 만에 부정 채용의혹이 불거진 결과다. 사건은 2014년 법률전문가 채용에서 발생했다. 경력은 커녕, 변호사법이 정한 실무수습조차 거치지 않은 신참 변호사를 ‘법률전문가’에 채용한 게 발단이었다.

신참 변호사 L씨. 그는 불과 채용공고 한 달 전 변호사에 합격했고, 그로부터 두 달 전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반년도 안 돼, 로스쿨 졸업예정자에서 금융기관 감독과 위법 적발에 꼭 필요한 법률전문가가 된 것이다. 그는 유명 대형 로펌 등 8명과 함께 채용됐다.

이들이 금융기관이나 법무법인에서 금융 관련 법무나 소송 업무를 봐 온 경력을 계산해보니, 평균 근속기간이 3.7년이었다. 이 단 한명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기준이 이 해에만 유독 완화됐다는 의혹을, 기자는 지난 20일 보도했다.

▶ [취재파일] 로스쿨 졸업 6개월 만에 '법률전문가' 된 L씨 이야기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전직 원장과 36년 전 행정고시 동기였고, 금감원을 감사하는 18대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었다. 2012년 대선 직전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드러나고 보니, 스토리는 제법 단순하다. 하지만, 과정은 복잡했을 것이다.

그동안 금융감독원은 금융관련 법률업무나 소송 수행 경력을 1~2년씩 거친 사람을 그들이 원하는 법률전문가로 정해왔기 때문이다. 유독 L씨가 지원한 2014년, 문턱이 확 낮아졌다. 국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심지어 L씨처럼 4월 합격자도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4월이면 채용 공고 한 달 전이다.

기자는 2014년 인사와 채용을 담당한 당시 부원장보와 총무국장을 만났다. 현 금융감독원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부원장보다. 김 부원장은 임원은 원래 세부적인 디테일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 부원장보는 당시 채용은 엄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못을 박았다. 이들의 말대로라면 실무자들이 ‘디테일’을 만들어, 엄정하게 L씨를 뽑았다는 얘기가 된다. ( 여기까지가 금감원 채용비리 의혹의 지난 이야기일 것이다.)

▶ '1년 이상' 자격요건 삭제…수상한 채용기준 변경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부조리 두둔할 마음 추호도 없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20일, 1천9백여 모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밝힌, 일종의 특별 담화다. A4 2장짜리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구체적이고 분명한 어조로 조사 방침을 명시했다.

그는 우선, 국정감사장에서 특혜 채용 의혹에 쏟아지던 질타에, 자신이 했던 답변을 언급했다. “인사 운영은 조직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고, 신뢰성과 객관성, 투명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어 “신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경청과, 할 수 있는 범위 내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책임자의 문제인식은 부정 척결의 동력이다. ‘의혹 제기만으로 문제가 단정할 순 없다’는 식의 답변을 보인다면, 해결 의지는 빈약한 것이다. 감사나 감찰을 맡은 부서 역시 힘을 받을 리 없다. 그런 점에서, 진 원장은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어지는 발언들은 강도가 세고, 목표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임직원 모두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외부 지적 사실이 고민스럽지만, “잘못된 것 부조리에 대해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며, 잘못된 점이 있다면 합당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상 초유의 공개 감사·감찰

‘합당한 조치’의 기준은 누가 마련하는 걸까. 그는 “이 부분에 관하여 감사원에서 공직감찰본부장을 역임한 김일태 감사에게 감사와 감찰을 동시에 수행하여 엄정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주실 것을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감사’는 인사제도의 허점을 찾는 것이고, ‘감찰’은 특혜 채용을 실행한 인물의 비위를 적발해 처벌하는 것이다. 이 모두를 책임진 감사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진 원장은 게다가 이 모든 사실을 내부에 공개하고 있다. 공개 감사와 감찰. 금융감독원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진 원장의 담화는 조직 내부의 분열 없이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초강수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그는 “감사님 지휘 하에 면밀하고 종합적인 감사와 감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그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과도한 언행으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은 자제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마음”이라며, 사태 후유증을 우려했다.

결국, 비위 주도 혹은 가담자는 엄벌하도록 감사에게 전권을 부여했으며, 이를 통해 조직이 안팎으로 상처받는 걸 걱정한다는 뜻을 내부에 알린 것이다. 무엇보다 이를 모든 직원에게 알리는 행위를 통해,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두 임원을 압박하는 의도 역시 있다고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과장급 직원은 “사실상의 사퇴 압박으로 초유의 사태”라고 말했다. 거취 표명이 없자, 금감원은 오늘(25일) 자로 이상구 부원장보의 보직을 변경했다. 그가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임원으로 재직해 온 터라, 감사에 앞서 인사 조치를 한 것이다.

진 원장은 “인사 제도 전반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며, “채용 정책과 기준의 객관성과 일관성 등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약속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는 우리 원 운영에 있어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되도록 하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내 자신이 인간으로서 가치 있고 반듯하게 살고 있는지? .... 고민하며 제 발 밑부터 잘 살펴보겠습니다.” 발밑도 살피지 않은 그들은 이제, 자신의 조직과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계신 직원 여러분” 앞에 큰 부담으로 전락했다.

[최우철 기자 justrue1@sbs.co.kr]

※ ⓒ SBS & SBS콘텐츠허브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 No.1 소셜 동영상 미디어 '비디오머그'로 GO GO~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