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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 “공부하라 권했던 학생들에 부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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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100억원 출연 청년 지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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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공부가 너희를 구원할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공부를 통해 계층 상승할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잘하면 희망이 있다고 가르치며 돈을 벌었는데 제자인 20~30대 청년들의 어려움을 보면서 부채의식을 느꼈습니다.”

국내 최대 사교육기업인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55·사진)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해 청년 창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윤민창의투자재단’을 설립했다. 메가스터디는 24일 “창의적 청년 인재 발굴을 통해 혁신적인 창업을 이끌고 그 결과로 성공적인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재단의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설립 절차를 마치고 손 회장도 이사로 참여해 재단을 지원하기로 했다. 손 회장은 이미 출연한 100억원 외에 추가로 200억원을 내놓을 계획이다. 초대 이사장으로는 오연천 울산대 총장을 초빙했다.

‘손사탐’ 손 회장은 20대에 사교육시장에 수능 사회탐구 강사로 뛰어들어 30대에 스타 강사로 명성을 얻고, 40대에 메가스터디를 창업해 수천억원대 주식 부자가 된 사교육계의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손 회장은 “전쟁 직후 빈곤한 상태에선 출발선상이 비슷해 공부를 통한 계층 상승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성공은 어려워졌다”고 재단 설립 배경을 밝혔다.

손 회장은 재단 설립이 “학생들에게 수업 시간에 사재 출연을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전에도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간다고 하면 공익적인 큰 뜻을 가져보라고 했다”면서 “첫 수능 만점자 오승은(서울대 물리학과 진학 이후 하버드대 연구원) 같은 친구에게도 사회를 위한 공부를 하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메가스터디는 자본금 3억원에 직원 5명의 온라인 교육기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임직원 20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손 회장이 공익재단에 바라는 것은 다르다. 그는 “공익재단이 수익보다는 미래 성장가치가 있는 공익성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돈을 뿌리는 장학사업이 아닌 창업을 준비하려는데 자본이 없는 청년들에게 투자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재단 이름 ‘윤민(潤民)’은 1991년 교통사고로 잃은 두 자녀 중 둘째 딸의 이름에서 따왔다. ‘백성을 윤택하게 한다’는 의미이다. 정철의 가사 <관동별곡>에 나오는 “음예에 이온 풀을 다 살와내여시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수능 강사다운 작명이자, 손 회장의 사업 모토이기도 하다. 사고로 숨진 딸이 살아 있다면 25살. 손 회장은 “사고로 아이를 떠나보내면서 처음 창업을 생각했다. 현재 살아 있다면 사회초년생일 텐데, 비슷한 또래 청년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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