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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Pay 전쟁 1년]①끓다만 시장…中 알리페이에 내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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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개 쏟아졌지만 주도적 서비스 없어 어렵고 불편…기존 수단 대체 기능 부족 [비즈니스워치] 임일곤 기자 igon@bizwatch.co.kr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과 통신·유통·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이른바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출시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초반만 해도 핀테크 열풍에다 '천송이 코트'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 대기업의 진출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경쟁이 격화되는듯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서비스 열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알리페이 등 해외 서비스가 편리함과 실효성을 무기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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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서비스되는 간편결제는 몇개나 될까?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같이 '무슨무슨 페이(Pay)'류가 30여개에 달한다. 페이나우(LG유플러스)와 카카오페이(카카오)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작년 하반기에 삼성페이 출시(2015년 8월)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지 어느덧 1년여가 다 돼도록 아직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입자수나 거래액 등 활성화 지표로 봤을 때 손에 꼽을 만한 서비스는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페이코 4개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내세울만한 수준이 아니다.

게다가 삼성페이 등 4개 주요 결제서비스도 인지도나 서비스를 키우기 위한 노력 등을 감안하면 성에 차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삼성페이는 신제품 '갤럭시노트7'의 단종 사태로 가입자 확대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검색포털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간편결제(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도 출시 초반에 비해 시간이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사활을 걸다시피한 '페이코' 역시 당초 내건 목표치(작년말 기준 실결제자수 500만명)에 모자란 성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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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반 서비스 격화, 지금은 잠잠

간편결제란 오프라인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결제할 때마다 번거로운 본인확인 절차 없이 말 그대로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간단히 결제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해외에선 미국 이베이의 '페이팔'이나 중국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선전하면서 최근 2~3년 사이에 급격하게 성장했다. 국내에선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과 같은 규제가 풀린 지난해 하반기가 되어서야 비로소 관련 시장이 열렸다.

이러자 다양한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형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NHN엔터테인먼트가 가세했고, 신용카드사를 비롯해 메이저 유통업체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속속 참여했다. '전쟁'이란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시장 활성화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를 없애라고 하자 정부가 관련 규제를 하나둘씩 걷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인맥구축서비스(SNS)나 전자상거래, 운영체제(OS) 등 저마다 특화된 서비스를 핵으로 결제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관련이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것도 비(非) 금융회사들의 변신을 가능케한 요인이다. 마침 국내에서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한류 관광객'의 쇼핑 열풍으로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패권을 가져가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한 것이 간편결제 출시 봇물로 이어졌다. 간편결제는 지금의 현금과 신용카드를 단박에 대체할만한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 기존 결제 수단 대체하지 못해

하지만 국내 시장은 쉽게 끓어오르지 못하고 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들이 출시 1년이 지났으나 가입자나 거래액 등 주요 성과 지표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시장을 주도하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표 서비스가 나와야 할만한데 대부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이렇다 보니 관련 업계에선 시장이 당초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간편결제 서비스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결제 수단을 대체할 만큼의 '쉽고 편리함'이 덜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신용카드나 모바일 뱅킹 시스템이 워낙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굳이 간편결제를 새로 설치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가 간편하지 않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대부분 간편결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곳이나 위치한 곳 주변에서 실제로 결제가 되는 지를 확인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알 수 있다. 결제 전에 할인이나 적립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대다수 간편결제는 한정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이용 목적 가운데 하나가 신속성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복잡하고 시간만 잡아먹는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국내 서비스와 달리 해외 간편결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간편결제 1위 서비스인 알리페이는 유커들과 국내 3만2000여곳 매장을 이어주는 '지갑'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 알리페이가 진출한 글로벌 70개국 가운데 한국 시장 매출은 35%로 1위다. 국내 카드사들이 저마다 모바일 앱 방식의 서비스로 이용자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글로벌 서비스에 비해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용자와 가맹점 수 등 규모의 경쟁력이 필수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해외 서비스의 득세는 결과적으로 토종 서비스의 위기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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