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단독] 최순실 다이어리 살펴보니…강남빌딩에 ‘대형금고’ 있었다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본지가 최순실씨 소유 빌딩 주변 쓰레기장에서 입수한 최씨의 다이어리. 당시 최씨와 최씨 남편인 정윤회씨가 추진했던 말목장 관련 기록을 비롯해 7층의 금고수리비 내역, 각종 빌딩 관리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이지용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 속에서 공익재단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압력을 행사해 대기업 기금을 받아내는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최순실씨.

그러나 2009~2011년 지금으로부터 5~7년 전, 그의 다이어리에 나타난 최씨는 푼돈에 해당하는 가게 전기세와 관리비까지 직접 꼼꼼히 챙기는 빌딩관리인의 모습과 학생인 딸 정유라씨(당시 개명전 이름 정유연)의 일과를 시간 단위로 꼼꼼히 챙기는 ‘타이거맘’ 을 연상케 했다.

반면 그의 다이어리엔 남편 정윤회씨나 시댁과 관련된 내용은 ‘한글자’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아울러 그가 거주했던 서울 강남 빌딩 7층 자택에는 자금과 중요한 문서 등을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금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23일 서울 신사동 소재 ‘미승빌딩’ 일대 쓰레기장 더미에서 찾아낸 최씨의 다이어리 2권(2009년, 2011년)에서 엿볼수 있는 과거 그의 본모습이다.

이 빌딩은 5~7층에 최씨가 지난 2003년 이후 줄곧 주거해 왔고 1~4층은 식당 등에 세를 줘 속칭 ‘최순실 빌딩’으로 불리는 곳이다. 최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최근 이 빌딩에서 사람을 시켜 각종 문서와 짐들을 옮겨나가고 쓰레기장에 폐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최씨 다이어리는 지난 2009년 10월5일부터 시작된다. 당시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한 이후 전 남편이었던 정윤회씨도 직간접적으로 모든 자리에서 물러난 때였다. 최씨는 대선경선 과정에서 선거활동을 외곽 지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남편이 정치권에서 발을 빼자 빌딩관리에만 정성을 쏟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미승빌딩 관리를 남의 손에만 맡기지 않고 화장실 주차장 등에서부터 하수구까지 직접 관리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으로 보여진다. 2009년 11월3~4일 메모엔 ‘주차장 200볼트·40와트 전등 7개, 창고 40와트 2개, 물탱크 백열구 2개, 환풍기 교체, 배수관 교체, 가급기 고장, 1층 하수구 역류’ 등 빌딩관리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기록돼 있다. 또 한달에 수백 만원에 달하는 전기세를 층별로 나눠서 기록해둔 메모도 있다. “김장 12박스-30kg 준비” 등 김장 김치를 챙기는 주부의 모습도 보였다.

당시에도 관리직원들이 있었지만 남의 손에 맡겨놓고 내버려 두지 않고 직접 하나하나 모두 챙기는 최씨 성격을 간접적으로 엿볼수 있엇다. 이 빌딩 한 관계자는 “예전엔 회장님이 전구교체나 인테리어 등 관리까지 직접 했다고 들었다”며 “어느 순간 바깥 일로 바빠서 인지 직접 안한지 꽤 오래되신 걸로 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중 하나는 2011년 1월24일 기록이다. 해당 날짜에 “7F(7층) 금고수리 AS(애프터서비스) 12만원”라고 메모한 부분이다.

7층은 최씨 주거지로 자택 안에 금고가 있었고 금고가 고장나 수리받았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금고판매업체에 문의한 결과 “금고가 깨지거나 망가지지 않는 이상 개인용 금고를 단순수리하는 비용이 작은 금고 가격과 맞먹는 12만원씩 나오는 것은 드물다”며 “대형금고이거나 최고급 금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씨 메모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정유라씨에게 ‘올인’한 내용이었다. 다이어리 곳곳에 “유연이 학교 9시30~10시40분, 유연이 하교 2시20~2시30분, 유연이 MB학원” 등의 메모도 있어 등하교와 학원에 직접 태워주며 챙긴 기록도 눈에 띄었다.

딸 정유라의 승마와 관련된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부터다. 당시 유라씨는 중학교 3학년으로 추정된다. 몇월인지 특정할수 없는 메모중 ‘6일 안성승마장’이라 기재된 내용의 메모도 있고 ‘17일 목장 실시설계, 18일 승인 예정’이라고 기록된 부분도 있다.

이때는 남편인 정윤회씨가 강원도 평창에 10필지 땅을 구입해 말목장사업을 추진했던 때다. 유라씨는 초·중학교 시절까지 음악에 관심이 커 피아노 등 레슨을 많이 했지만 중3때부터 승마를 본격적으로 한 것으로 언론에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정씨가 딸을 위한 말목장 사업까지 뛰어들 정도로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고 최씨 역시 다이어리에 빼곡히 딸의 학원, 등교·하교 일정을 모두 기록할 정도로 끔찍한 ‘딸바보’ 였다.

그러나 이때부터 정씨와 최씨의 소원한 부부관계는 다이어리에서도 역력히 나타났다. 최씨의 다이어리엔 유라씨와 외할머니의 병원을 직접 챙기는 등과 빌딩 관리내용이 가득차 있었지만 그 어떤 메모에서도 남편 정씨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정씨는 2007년 정치권에서 발을 뺀 이후 거의 무직으로 전전하다 지난 2013년 2월 (주)얀슨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듬해인 2014년 최씨와 이혼했다. 정씨의 부친인 정관모씨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돈(최태민 목사)과 만난 적이 없다”고 없다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박재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