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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에어비앤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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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시의 삶과 죽음]

자신의 공간 열어 외로움 달래고

지역의 삶을 그대로 체험 가능한

에어비앤비가 도시재생에 나섰다

고령화 심각한 일본 요시노에

삼나무집 지어 관광객 끌어들이고

주민들의 숙박공유 참여도 확대

관광객 지나치게 많아지면

집값 올리고 주민 삶 사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유발할 수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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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는 착한가?” 우스운 질문일지 모르지만, 최근 에어비앤비는 이런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사업에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절묘하게 녹여냈다. 빠른 고령화에 의해 공동화로 치닫는 어느 시골 마을을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Airbnb)는 자신의 집에 있는 남는 방을 손님에게 임대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상품 거래를 도와주는 인프라 시스템)이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또 다른 면모도 가지고 있다. 집주인이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관광객을 돈으로만 보는 순간, 필연적으로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 욕망이 지나치게 커지면 지역 공동체가 훼손되기도 한다.

■ 도시재생으로 마을을 살리겠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세상을 만듭니다.” 에어비앤비가 웹에 내걸고 있는 이 문구는, 에어비앤비 사업이 가질 수 있는 긍정적 요소를 그대로 반영한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가치를 추구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방문을 열어 빈방을 방문객에게 빌려준다는 일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을 외부에 그대로 열어 보인다는 의미다. 집주인은 외국에서 찾아온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고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방문객 입장에서는 뻔한 관광상품이 아니라 진짜 그곳의 삶을 체험할 수 있다. 집주인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장소에 대한 깊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이 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는 없을까? 그러면서도 사업을 확대하는 방법은?’ 에어비앤비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지난 8월 디자인 스튜디오 ‘사마라’를 설립하고 실험에 나섰다. 실험은 일본 나라현에 있는 요시노라는 마을을 대상으로 펼쳐진다. 이곳은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들며 쇠퇴하는 마을이다.

에어비앤비는 이 마을에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하세가와 고와 주민들과 함께 ‘요시노 삼나무집’을 만들기로 했다. 삼나무집의 2층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침실로 꾸민다. 이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지금까지는 이미 알려진 관광지에 거주하는 집주인들의 방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하게 했다. 기존의 관광 흐름에 편승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반대가 됐다. 요시노라는 마을은 관광지로 그렇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 한다. ‘이곳에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는데 한 번 찾아와 보면 어떠냐’고 제안하는 것이다. 동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 삼나무 숲이 펼쳐진 이곳은 휴식의 공간으로 훌륭하다.

삼나무집의 1층에는 여행객들이 머물 수 있는 커다란 식탁이 마련돼 사랑방(커뮤니티센터) 구실을 하게 된다. 1층은 마을을 향해 활짝 열린 구조로 설계돼 지나가던 동네 주민들도 언제든 쉽게 자리에 앉아 여행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삼나무집의 집주인은 마을 주민 전체다. 사람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이 마을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바탕으로 젊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게 된다면 마을의 활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여기에 자신들의 사업도 살짝 얹었다. 삼나무집은 단 한 채일 뿐이고, 좁아서 관광객이 늘어날 경우 전부 수용하기 어렵다. 만약 실험이 성공해 이 마을에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면 주민들은 각자의 집을 에어비앤비에 등록하게 될 것이다. 에어비앤비 입장에서는 사회공헌과 수익이라는 측면에서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고령화로 인해 시골 마을이 존폐의 위협을 받는 사례는 세계 여러 곳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에어비앤비는 이 실험의 성패를 살펴본 뒤 여러 나라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 관광지화의 부작용

관광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관광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도시는 언제나 양면적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최근 에어비앤비를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범으로 지목한 것은 관광이 독이 될 수 있는 사례를 그대로 보여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에어비앤비의 부작용이 불거진 첫 무대다. 암스테르담은 2014년 12월 유럽에서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와 협정을 맺은 도시이기도 하다. 암스테르담시와 에어비앤비는 협정을 맺어 시 당국은 집 공유 확대를 위해 정보제공을 하고, 에어비앤비는 집주인 대신 관광객으로부터 걷은 세금을 시 당국에 송금해주는 서비스를 하기로 합의해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해왔다.

“에어비앤비가 젠트리피케이션에 기여하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부동산 가격을 올려놨고요, 동네 슈퍼마켓이 자전거 대여점으로 바뀌는 등 거주민들을 위한 상점 대신 관광객을 위한 상점이 들어서고 있어요. 아파트는 관광객들에게 방을 내주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내쫓고 있어요.”

암스테르담에서 거주하는 도시계획가 시토 베라크루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에어비앤비로 방을 빌려주는 일이 아주 훌륭한 생각이라 여겼는데 이젠 생각이 달라졌다. 도시에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부작용에 주목하고 ‘페어비앤비’(Fairbnb)란 이름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 시 의회에 등록한 집주인만 임대사업을 할 수 있고 동네 주민들이 모두 이 페어비앤비 플랫폼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에어비앤비와 차별화된 내용이다. 베라크루즈와 생각이 비슷한 20명은 페어비앤비를 위해 최근 첫 모임을 열었다.

올 초 네덜란드 은행 아이엔지(ING)는 보고서를 통해 에어비앤비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에어비앤비 대여가 가능한 아파트의 가치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델프트공대 페터르 불하우어르 교수(주거시스템학)는 이를 “에어비앤비 이펙트”라고 부르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매년 2만2000개의 방이 에어비앤비에 등록돼 관광객들에게 대여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내놓은 데이터를 보면 암스테르담의 전형적인 집주인은 1년에 28일 방을 공유하고 3800유로(474만원)의 수익을 얻는다.

<가디언>의 지적처럼 에어비앤비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할 수 있겠지만 진짜 우려할 점은 ‘지나친 관광지화’다. 주거지가 관광지로 바뀌면 당연히 주거지로서의 기능이 약화된다. 관광지에서의 집은 소비재에서 생산재로 바뀌고 집값이 상승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주민들 각각의 욕망을 어떻게 제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관리해나가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일을 주민들 스스로 해내느냐, 아니면 정부의 규제로 이루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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