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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6400억 혈세 투입 R&D 사업…중복ㆍ흐지부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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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실패한 대형 사업과 중복 논란 나와

-잦은 기관장 교체..임기 3년 한계 외풍 우려

-출연연 기본 사업들 축소될 우려

-강력한 사업 모니터링ㆍ후속조치 마련 절실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6400억원에 이르는 혈세가 투입되는 정부의 중ㆍ장기 연구ㆍ개발(R&D) 사업이 착수 전부터 중복 문제로 중도에 관심에서 멀어져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과거 10년 동안 추진됐다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형 R&D 사업과 목적이 유사한 데다 아직 사업 감독 체계는 제대로 완비하지 않은 채 예산만 청구한 상태여서 돈 낭비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24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연구회)에 따르면 미래부 산하 연구회는 지난 달 말 빅(BIG: Big Issue Group)사업 추진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빅사업은 ’연구ㆍ개발(R&D)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들이 국가적 핵심 역량 분야의 장기연구를 위해 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추진하는 중ㆍ장기과제다.

이 기간 동안 투입되는 총예산은 6404억원에 이른다. 21개 출연연이 제출한 26개 과제가 선정된 이 사업의 내년 예산은 622억원으로 주요 기관에 배정된 예산은 한국기초연구원 69억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67억원, 한국철도연구원 55억원, 한국기계연구원 45억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40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 국회는 ‘2017년도 미래창조과학부 소관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서 빅사업이 ▷과거 대형사업과 중복 가능성 ▷출연연 기본연구사업 축소 우려 ▷최근 잦은 출연연 기관장 교체 및 3년으로 돼 있는 기관장 임기 등 연구 외적 요인 등에 따라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난 2006년부터 올해까지 추진했던 탑브랜드(Top Brand) 사업 등 과거 대형사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탑 브랜드 사업은 출연연과 카이스트(KAIST) 등 특정연구기관 33곳이 71개 프로젝트를 수행한 사업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 창출과 브랜드화가 목표였으나 중도에 흐지부지된 사례가 많았고 종합적인 평가도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총괄적인 관리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낳았다.

출범당시 25개 출연연구기관이 계획한 총투자금액 2조5910억원(2006~2016년) 중 2016년 현재까지 65.2%인 1조6864억원만 투자됐고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이제마프로젝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소형제트기 사업’,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해상풍력발전연구’등은 조기에 종료됐다.

대형, 장기과제라는 사업 특성상 빅사업은 다른 정부 연구과제와 기관 사업과 중복될 우려도 있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전문위원회도 26개 연구 과제 중 10개에 대해 중복 또는 사업 효과에 대한 우려 의견을 제시한 바 있으나 미래부는 이에 대해 “출연연별로 연구방법의 차이점과 사업목적을 명확히 하는 변경작업을 추진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별연구기관의 기본연구사업이 빅사업 추진으로 축소될 우려도 있다. 21개 출연연이 빅사업에 들어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자체 구조조정으로 절감한 금액이 고유사업비의 약 10%를 넘어 기존의 기본연구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관장 임기와 잦은 기관장 교체 문제로 사업 취지가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7월과 9월 정민근 한국연구재단 전 이사장과 김승환 전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줄지어 사임한 데 이어 최근 권동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취임 4개월 만에 중도하차 등 과학기술계 기관장 사퇴를 둘러싼 외압 논란은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계의 지적이다.

연구회는 이런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빅사업 가이드라인’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구회 이사회의 한 관계자는 “기관장이 자주 바뀌는 구조는 아무래도 장기 과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예산보다 빅사업의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과제로 기획하고 선정될 수 있도록 추진되도록 하는 후속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bon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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