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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어려운 체육인재 키우겠다더니…멀쩡한 육성재단은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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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만들려 기존 육성재단 폐지 ‘자가당착’

최순실, 2014년 “정유라 위해 재단 설립” 공언 소문

경향신문

지난해 6월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체육인재육성재단 송강영 이사장이 정부의 재단 폐지 조치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송 이사장의 오른쪽으로는 3대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이 보인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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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어려운 체육인재 육성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같은 취지로 세워져 활동하던 체육인재육성재단은 두 재단이 설립되기 직전에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씨(60)가 2014년 아시안게임이 끝난 직후 공공연히 재단 설립을 공언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해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어려운 체육인재를 육성하려 만들어놓은 체육인재육성재단은 폐지하는 자가당착을 드러냈다.

2007년 1월 출범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체육영재 발굴, 은퇴선수 영어교육, 심판·지도자 전문역량 교육 등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해마다 국내외 3000여명씩 교육해 지금까지 모두 2만여명이 거쳐갔다.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도 2013년 이 재단의 국제스포츠인재 전문과정 출신이다. 이 기관은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을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흡수 통합하기로 했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기관들을 통폐합해 예산 절감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이유였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나서며 흡수 통합에 반대했지만 끝내 문을 닫았다. 공교롭게도 체육인재육성재단 폐지 직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10월27일에 미르재단이, 올해 1월에 K스포츠재단이 설립됐다. 두 재단은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의 재단 설립허가를 받고, 대기업들에서 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받았지만 설립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활동이 없다. ‘소외계층 체육인재 육성’을 한다는 K스포츠재단의 2016년 사업계획서를 보면 이 부문 예산은 124억원 가운데 5억원에 불과하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위해 멀쩡한 공공기관을 폐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와 관련,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체육인재육성재단 3대 이사장을 맡았던 정동구 한국체육대 명예교수는 이후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에 올랐다. 마침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정 교수가 체육인재육성재단 이사장 시절 함께 이사를 맡았었다. “김 차관이 K스포츠재단과 설립 목적이 비슷한 체육인재육성재단을 깨려고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주장하고 있다.

최씨의 재단 설립이 딸 정유라씨(20)를 지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된 것이라는 정황도 포착됐다. 최씨는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씨가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재단을 만든다”고 주변에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녔다. 당시 최씨와 만난 한 승마계 인사는 “최씨가 재단 만들어서 (정유라를) 키울 것이라는 말을 하며 자랑했다”면서 “K스포츠재단이라고는 안 했지만 자기가 재단을 만들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승마계 인사도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최순실이 재단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승마협회 시·도 회장단은 대부분 알던 이야기”라고 했다.

<이유진·이혜리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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