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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두테르테, 미국과 결별 선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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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배 얘기 듣고 자라…반미감정 뿌리 깊게 박혀

세계일보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대통령의 반미·친중 행보는 그의 뿌리 깊은 ‘반미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출신으로 정치적으로 아웃사이더였던 두테르테 대통령의 삶을 조명하며 그가 미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1945년 대다수가 가톨릭을 믿는 필리핀에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남부 민다나오에서 태어났다. 민다나오 지역은 1898년 스페인이 필리핀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점령당하지 않은 대표적인 곳으로, 이곳 주민들은 미국이 스페인에 이어 침략하자 적극 저항에 나서기도 했다. 두테르테 역시 “미국의 침략과 식민지배 기간에 수많은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국주의에 눈을 뜬 건 마닐라대학교에서 공산당을 창건한 호세 마리아 시손으로부터 정치학을 배우면서다. 1969년 무장투쟁에 나선 전력이 있는 시손은 두테르테에게 미 제국주의의 부정적인 점과 필리핀 시민을 희생양 삼아 권력을 누리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실상에 대해 가르쳐준 것으로 전해졌다.

1980년대 다바오시에서 검사로 재직한 두테르테는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필리핀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됐다고 여겼다고 WSJ는 전했다. 부정축재자가 뇌물로 기소를 피하는 사례 등을 보면서 사법 절차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이는 그가 다바오시 시장이 된 뒤 마약범죄자를 즉결 처형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2007년부터 필리핀 정부가 다바오에서 미군과 대규모 군사연습을 벌인 것도 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그는 미국에 필리핀 군사기지 접근 권한을 10년간 주는 방위협력확대협정(EDA)의 재검토를 시사하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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